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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믿 Feb 26. 2024

투머치토커(TMT)를 상대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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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한계는 세상의 한계.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언어를 알게 되면 내 세상의 한계는 누구보다 넓을까. 아니, 단언할 수 있다. 언어에 담을 수 없는 것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투머치토커(TMT). 야구선수 박찬호의 별명이다. 뜻은 즉슨, 말이 많은 사람이다. 여기서 파생된 TMI도 있다. Too Much Information의 약자다. 한창 떠오를 때만큼은 아니지만 종종 쓰게 된다. 별로 알고 싶지 않은 정보를 풀어낼 때, ‘그것 참 알고 싶었던 정보다’, 혹은 ‘TMI네’라고 가벼이 농담을 던진다. 하지만 진짜 TMT, TMI 앞에서는 농담을 던질 수 없다. 언제 말을 끊어야 할까. 어느 타이밍에 치고 들어가야 할까. 이를 수없이 고민하다 보면 이내 포기하게 된다. 그냥 뇌에 힘을 살짝 빼고는 마냥 듣게 된다.


이렇듯 실제로 겪기 전에는 그 언어에 담긴 뜻을 알아차리기 힘들다. 내가 ‘말이 많은 사람’이라는 언어를 안다고 해서 그 곤란함을 알 수 있었는가. ‘말이 많은 사람’이라는 언어는 말이 많은 사람을 담아낼 수 없었다.


계속해서 말을 끊기는 무례하고, 듣자니 진이 빠진다. 중간중간 자기가 하는 얘기에 빠져들지 않냐고 묻는데,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 와중, 기회가 찾아왔다. 인생 첫 TMT, 그 사람이 나에게 ‘요약이 힘이다’라는 책을 보내줬다. 책을 보내줬다는 사실은 그 책이 마음에 들었다는 뜻이고, 그 말은 즉슨 책의 내용을 사례로 들어 요약을 요청할 수 있다는 말과 진배없다!


이 책에서는 말한다. 말하기 전에 1분 정도 생각하면 누구나가 요약해서 말할 수 있다고. 그리고 15초 내로 요약해서 말하기를 권장한다. 바로 적용했다. 미팅을 진행하기 전 선언했다. 지금부터는 내가 더 많이 얘기한다. 그리고 질문을 할 때마다 바로 대답하지 말고, 머릿속에서 대답을 15초로 정리한 후에 입을 열어달라. 그렇게 미팅은 비약적으로 짧아졌다. 쾌재를 불렀다.


짧고 담백한 대화만을 좋아하는 듯 느껴질 수 있으나, 꼭 그렇지는 않다. 그저 대화를 하기 위해 만났고, 시간이 넉넉하다면 길고, 돌아가는 이야기도 좋다. 낭만은 ‘비효율’에서 온다는 믿으니. 목적을 달성하고 나면 충분히 여유롭게 대화할 수 있다. 원래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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