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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믿 Oct 20. 2023

텍사스 홀덤

잃기만 하는

카드 게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무슨 종류가 있는지도 잘 모른다. 옛날에 ‘원카드’라고 불리던 게임을 했던 기억은 있다. 이마저도 룰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돌이켜보면 전반적인 보드 게임도 즐기지 않는다. 친구들이 보드 게임 카페에 간다고 했을 때 신기하게 느꼈을 정도다. 그런 나이기에 텍사스 홀덤을 하자는 친구의 제안이 별로 탐탁지 않았다. 게임의 규칙, 승리 조건 등등. 새롭게 외우기도 귀찮았고, 승리가 값질 것 같지도 않았다. 하지만 딱 한 판만 하고 재미없으면 안 해도 된다는 말에 못 이기는 척 설명을 들었다. 프리플랍, 플랍, 빅 블라인드, 스몰 블라인드. 이것들을 비롯해 처음 들어보는 용어들. 외울 수 없어 메모장에 적어두고 게임에 임했다.


꼴찌가 1등에게 카카오톡 이모티콘 하나를 선물하는 내기를 걸었다. 자그마한 돈이라도 잃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드니 집중하게 되었다. 당연하다. 인간은 손실에 민감하게 반응하니. 용어도 있다. ‘손실 회피 편향’이라 불린다. 얻은 것의 가치보다 잃어버린 것의 가치를 크게 평가하는 인간의 편향을 지칭하는 용어다. 만 원을 잃었을 때의 상실감이 만원을 얻었을 때의 행복감보다 크다는 뜻이다.


그렇게 Fold, 배팅하지 않고 죽기만을 선택했다. 처음 손에 들어오는 패가 애매하다 싶으면 무조건 fold를 눌렀다. 돈을 잃지 않기 위해서. 지나치게 안전지향적인 플레이를 하다 보니 수중에 돈이 줄기만 했다. 참다 참다 괜찮은 패가 나와서 가지고 있던 돈의 반절을 부었지만 지고 말았다. 그럼에도 꼴찌는 면했다. 블러핑 한다고 올인을 하던 한 명이 픽하고 쓰러졌다. 이내 다른 한 명도 올인하고는 사라졌다. 나는 버티기만 하다가 수중에 돈이 없어져 3등을 했다.


도박은 위험하다. 다시금 느꼈다. 집안 가세가 도박으로 기울었던 적도 있기에 더욱 거부감이 든다. 물론 변수를 차단하고, 승리하는 확률을 높일 수 있는 게임도 있으리라. 더불어 운이 작용하지 않는 영역이 있을까. 그럼에도 별로다. 개인적으로 도박은 사람에게 유의마한 가치를 전달해주지 못한다고 여기기에. 배팅을 한다면 자신의 노력으로 변수를 차단할 수 있는, 또 유의미한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영역에 하고 싶다.


이래나 저래나 거짓말을 잘 못하는 사람은 카드 게임에서 불리하다. 내가 강원랜드에 간다면 샌드위치 하나 건지고 나올 게 뻔하다. 잠깐 즐겼지만, 앞으로 텍사스 홀덤을 즐길 일은 없지 않을까. 아주 가끔은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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