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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믿 Oct 21. 2023

제목, 기갈난

기왕이면 다홍치마

브런치 작가 신청을 통과했다. 인스타에 올리는 것보다 좀 더 긴 호흡의 글을 써서 올릴 목적이다. 인스타그램은 사진이 주가 된다면 브런치 스토리는 글이 주가 되는 느낌이다. 많은 텍스트를 욱여넣어도 괜찮다는 생각. 그리고 글을 올릴 수 있는 창구를 늘리고 싶다는 생각에 작가 등록을 했다.


사실 일주일 전에 한 번 떨어졌다. 그것도 광속으로. 퇴사를 하고 열의에 가득 차 있을 무렵, 글 하나만을 쓰고 작가 신청을 넣었다. 새벽에 넣었는데, 당일 아침에 반려 메일을 받아 들었다. 처음에는 글의 표본 수가 너무 적었다 싶었다. 그런데 다시 보니 프로필이 문제였다. 머나먼 과거에 대충 만들어 놓은 프로필을 수정하지 않은 채 신청을 넣어버린 것이다. 대충 지은 작가명에 아무것도 없는 설명란. 화룡점정은 프로필 사진이었다. 머리를 쥐어 잡혀서 괴로워하는 고양이 사진이 떡하니 박혀 있었다. 언제 넣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 짤이었다.

프로필로 설정돼 있었던 사진


실패를 디딤돌 삼아 빠르게 프로필을 수정했다. 이유가 있는 작가명을 짓고 설명란에는 글을 쓰는 동기를 채워 넣었다. 프로필 사진은 나의 뒷모습을 찍은 무난한 사진으로 택했다. 그 뒤로 일주일간 하루에 한 편씩 글을 저장해 총 7개를 만들었다. 원래 운영하던 SNS 계정과 함께 재신청을 하니 작가 등록이 되었다는 이메일을 받아볼 수 있었다. 칼 같은 거절이 아니었기에 웬만하면 통과하지 않을까 짐작했다.


인간에게 눈이 달려 있는 이상, 보이는 것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는 듯하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던가. 같은 내용물일지라도 겉이 깔끔하면 더욱 눈이 간다. 예쁘기까지 하면 제일이다. 사실 내용이 별 거 없더라도 겉모습이 쌈박하면 신뢰가 간다.


의식하지 않음에도 본능적으로 깨달았던 걸까.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나도 나 자신을 꾸미기 시작했다. 항상 교복처럼 비슷한 옷을 입다가 잘 아는 친구의 조언을 얻어 옷을 사 모으기 시작했다. 헤어드라이기와는 연이 없는 삶을 살다가 고데기까지 구입했다. 피부 관리나 화장품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향수도 사보았다.


미를 향한 인간의 잣대를 바꿀 수 없다면. 외모지상주의를 바꿀 수 없다면, 무작정 밀어내기보다는 취할 수 있는 부분은 취해야 한다. 글로 치면 제목과 사진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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