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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믿 Oct 19. 2023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회귀물

간간이 다이소를 들른다. 생필품, 문구류, 미용물품 등등. 한 개씩 부서지고 닳아 없어지면 다이소만 한 곳이 없다. 그리 나쁘지 않은 퀄리티의 물건들은 저렴한 가격에 한 곳에서. 오늘도 머리 고정핀, 스테이플러 등등. 필요한 게 쌓여서 마음먹고 나섰다. 마음먹고 나서야 하는 이유가 있다. 거리가 가깝지만은 않기에. 한 20분은 걸어야 한다. 최단 경로로 이동하다 보면 고등학교가 하나 보인다. 인조 잔디가 깔려 있는 운동장은 햇빛을 잔뜩 머금었다. 뛰노는 학생들의 함성소리. 보다 보면 뭔지 모를 생기가 돋는다. 또 과거도 살아난다.


과거, 즐거웠던가? 그랬던 듯도 하고 아닌 듯도 하다.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겠는가? 이는 많은 고민을 해봐야 한다. 예전에는 내 삶에 후회가 없다고 여겼다. 후회가 없는데, 굳이 야자와 군대 같은 일을 다시 겪을 필요는 없다고. 다시 돌아갈 일은 없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바뀌었다. 시간이 흐르자 바뀌었다. 후회한다. 다시 고치고 싶은 일들도 많다.


회귀물이 떠올랐다. 웹소설의 장르 중 하나다. 만족스럽지 못한 삶을 살아온 주인공이 과거로 되돌아간다. 실패했던 기억, 세상의 큰 사건들을 기억한 채로 재시작한다. 사실상 미래시를 가진다. 그렇게 두 번째 삶은 만족스럽게 가꾸어나간다. 웹소설을 보는 이유는 여럿이 있을 터다. 개인 마다도 우선순위가 다를 것이고. 그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게 ‘대리만족’이라고 본다. 후회로 점철된 지금의 삶을 고치고 싶은 욕구가 회귀물에 대한 수요로 이어진다고. 그렇게 볼 수 있지 않을까.


다시금 질문으로 되돌아와, 나는 과거로 돌아가겠는가?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 다행인가 싶다. 삶의 선택들이 너무나 큰 후회가 되지는 않았다는 증거처럼 느껴져서. 너무 깊게 생각하지는 말자. 가정은 즐겁지만 동시에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기도 하기에. 우리는 현재를 살아갈 수밖에 없다. 훗날,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고 부르짖지 않기 위해서는 적절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고심 끝에 옳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돌아오는 길에서 고등학교가 보였다. 체육 수업이 없는지, 아니면 체육관에서 수업을 하는지 운동장은 텅 비어 있었다. 보이지 않지만 누군가는 수업을 열심히 듣고, 누군가는 졸고 있겠지. 누군가는 멍을 때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람 사는 방식은 예나 지금이나 같으니까. 지금 어떠한 선택을 하든 저들도 언젠가는 후회를 하겠지. 그러나 과거로 돌아가고 싶을 만큼 너무 큰 후회를 하지는 않기를. 그렇게 잠시간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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