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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개혁의 세대 갈등

정치권이 20년 넘게 지속한 '가스라이팅'

by 쭝이쭝이

국민연금 개혁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관련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 등이 20·30대 등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지우는 개혁안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국민연금에 대해선 김대중 정부 이후 20년 넘게 정치권에서 “미래세대 부담을 키운다”는 얘기를 하며 연금이 고갈되면 젊은 층은 연금을 못 받게 된다는 식의 ‘가스라이팅’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연금 고갈로 지급 중단되는 사태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게 팩트다. 주요 선진국 중에서 연기금을 쌓아놓고 연금을 지급하는 나라는 북해 유전에서 막대한 돈이 계속 들어오는 노르웨이 정도이고, 나머지 모든 국가는 연기금이 고갈돼 재정 투입으로 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연기금 고갈은 선진국의 고령화 속에서 피할 수 없는 현실이고, 고갈은 100% 다가올 미래다. 마치 인간은 태어나면 모두가 죽는다는 사실과 같은 수준의 얘기다. 연기금이 고갈되지 않고 미래 세대에 부담을 주지 않고 유지하려면 두 가지 중 하나가 필요하다. 첫째는 저출산이 해소돼 20만 명대 1년 신생아 출산이 1970~80년대처럼 1년에 80만~100만 명 수준으로 태어나야 한다. 당연히 불가능하다. 둘째는 노르웨이처럼 엄청난 규모의 유전이나 천연가스 자원을 발견해 전 국민이 그 혜택을 고스란히 누릴 수 있으면 된다. 이 역시 현재 우리나라에선 불가능하다.

결국 국민연금은 고갈 시점의 차이일 뿐 고갈은 기정사실이다. 마치 인간이 태어나서 죽을 것을 예상하고 그 죽음에 맞춰서 미래를 설계해야 하고, 죽음 이후에도 자녀와 후손들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것과 같다. 그런데 현재 국민연금은 불가능한 ‘영생’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꼴이다.

현재 기성세대가 내고 있는 막대한 세금은 고스란히 20·30대에게 현금성 복지로 들어가고 있다. 각종 교통카드 혜택이나 청년도약 계좌 등 고이율의 저축 등은 모두 세금으로 걷은 재정을 청년에게 주고 있는 형태다. 이 돈은 다 기성세대가 지금 당장 내고 있는 세금들이다.

국민연금도 낸 사람들이 그 기금을 가지고 받는 형태인데 현재 국민연금의 대부분을 낸 사람들은 기성세대이고, 정치인들이 얘기하는 미래세대는 국민연금 기금에 기여도가 거의 없는 사람들이다. 현재 세금으로 20·30대에게 현금성 복지를 주는 것은 기성세대인 40대 이상인데 그 생색은 정치인들이 내면서, 정작 기성세대가 나중에 받을 국민연금에 대해선 본인들이 낸 돈도 아닌데 ‘미래세대 부담’이란 프레임으로 죄인 취급을 하며 몰아가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65세 인구는 2050년을 정점으로 이후 계속 감소한다. 결국 우리나라도 저출산, 저사망 국가로 균형을 맞출 것이다. 불가능한 연기금 유지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 아니라 연기금이 고갈된 이후 재정을 어떤 방식으로 투입해 국민연금을 보전해 나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정치권이 쓸데없는 세대 갈등을 그만 초래하길 바란다. 미래세대가 부담하는 그 돈은 결국 그 미래세대의 부모들이 받는 돈이다. 부모가 스스로 자립하지 못하면 그 자녀가 국민연금 덜 낸다고 부담이 사라지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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