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린이를 벗어났지만 여전히 어려운 가치투자
30대에 주식투자를 시작한 내가 어느덧 40대로 접어들었다. 40대에 달라진 점은 직장에서 더 많은 요구와 책임에 직면했다는 사실이다.
직장에서 할 일이 많아졌다는 뜻은 일에 쏟는 절대적 시간이 늘어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직장 내 역할 변화로 인해 '가치투자'는 내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많은 개미 투자자들이 좇고 있는 단기 투자, 단타 투자, 데일리 트레이딩은 물리적으로 주식 매수와 매도를 위한 시간과 집중을 요구한다. 이 때문에 주식 투자에 몰두할수록 업무 시간에 방해를 받는 부작용도 나타난다.
하지만 가치 투자는 아주 간단히 말해 가치가 저평가됐을 때 주식을 샀다가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거나 고평가 됐을 때 파는 방식이기 때문에, 평소에는 굳이 주식 창을 들여다보고 있을 필요가 없다.
지난 몇 년간 가치투자에 대해 많은 책을 읽고 공부를 한 결과.
노동 소득을 정년까지는 확보하는 것이 투자 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를 위해 매우 중요하며, 이를 위해선 직장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성과를 지속적으로 내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주식 투자도 단기적인 시각이 아닌 중장기적으로 상승할 종목을 찾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이런 내 나름의 투자 철학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지게 되면서 40대로 접어든 이후엔 평균적으로 한 종목을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3년 이상 보유하게 됐다.
투자의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내가 충분히 공부하고 꾸준히 주가 흐름을 관찰해온 우량 주식이 저점에 이르렀다고 생각했을 때 사서, 10~30% 수익이 나는 구간에서 분할 매도하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으로 나는 지난해까지는 연평균 전체 수익률이 10~20%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 19 사태로 이런 믿음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사실 올 초 들어 반도체 경기와 수출 회복 기대감 등으로 1~2월 국내 주식은 대부분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코스피 지수도 지난해 하반기 1900선에서 올 2월께 2200선까지 회복됐다.
그러다 코로나 19가 2월 초부터 확산되면서 공포감은 2월 말과 3월 초중반에 극에 달했다.
내 경우 현금 보유 비중이 40~50% 정도를 유지하고 있던 상황이라 코로나 19가 기회라고 생각했고, 2월 말부터 분할 매수를 시작했다. 특히 3월 초 국민연금이 대규모로 주식을 매수해, 코스피 지수가 1700대을 지켰던 날 가지고 있던 현금을 전액 주식으로 사들였다.
하지만 코로나 19로 인한 주식 하락은 내 상식의 범위를 벗어났고, 지금도 잊을 수 없는 3월 19일 코스피 지수는 1400대, 코스닥은 400대 초반 까기 폭락해 버렸다.
내 주식 계좌에 담긴 종목들은 최대 50%까지 마이너스가 나버렸다. 100년에 한 번 온다는 엄청난 하락장세에 내 공포감은 극에 달했지만 급격한 하락장에선 절대 매도하지 않는다는 내 원칙을 겨우 지켜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에 벌어졌다. 공포의 3월 19일 이후 서서히 주가가 회복되기 시작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2차 폭락이 올 것이란 예상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내 경우에도 수익률이 -10~20% 구간까지 회복됐을 때 '지금 일단 매도해 현금을 확보한 다음 2차 폭락에서 다시 사서 수익률을 극대화하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실제 상당수 주식을 -10~20% 구간에서 손절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내가 충분히 중장기 적으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매수했던 그 주식들은 4~5월을 지나면서 모두 내 매수 평단가를 회복한 것은 물론, 그 이후 20~30% 플러스가 났다.
내가 가치 투자로 믿고 샀던 그 주식들을 코로나 19라는 공포로 인해 스스로 믿지 못한 결과가 손실로 나타난 것이다.
결국 5월 이후 나는 다시 내가 가치주라고 믿고 샀던 주식들이 소폭의 조정이 왔을 때 다시 매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 달 가까이 지난 현재 내 주식 계좌는 +20% 이상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 19는 어떠한 시장의 공포가 와도 스스로 가치를 확실히 알고 믿고 산 주식은 버티면 수익이 난다는 교훈을 깨닫게 해 준 소중한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