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와 '코스피 3000' 시대
매년 연말이면 나오는 기사 중 월급쟁이의 눈길을 끄는 제목이 있다.
'00 기업 성과급 잔치' 등 유명한 대기업의 직원들이 주머니가 두둑해진다는 부러운 기사들이다.
올해도 삼성전자가 파격적인 성과급을 지급하며 과장도 4000만 원을 받는다는 기사가 나왔다. 세금 떼고 나면 2000만원 초중반대라고는 한다.
이런 기사들을 보면 대부분의 중견, 중소기업 직원이나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은 부러움을 넘어 탄식이 나올 거다.
내가 처음 주식 투자를 시작했던 이유가 연말마다 대기업의 성과급을 부러워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대부분의 월급쟁이들은 명절이나 연말에 나오는 쥐꼬리만 한 보너스나 성과급에도 매우 예민하다.
몇십만 원 수준의 보너스도 언제 나오나 노심초사하고, 혹시라도 안 나오는 해엔 상실감도 크다.
그래서 생각했다 '그냥 내가 대기업 직원 연말 성과급만큼 투자해서 벌 수 있다면 어떨까'
만약 그렇게 될 수 있다면 중견, 중소기업을 다녀도 굳이 대기업 직원을 부러워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그리고 몇 년째 주식 투자를 해왔고, 이젠 삼성전자 성과급 기사를 봐도 하나도 부럽지 않게 됐다.
올해 주식시장은 '용두사미'라는 말이 적절한 표현일 듯하다.
연초에 삼성전자 주식이 6만 원에서 9만 원까지 다락같이 치솟고 코스피는 꿈의 지수인 3000은 물론 3300선까지 넘어섰다.
동학 개미 운동이 더욱 거세졌고, 너도나도 주식 투자에 뛰어들어 전 국민의 20%가 주식을 하는 시대가 됐다.
하지만 6월 말 지수가 정점을 찍은 후 주가는 하반기 내내 하락을 거듭했다.
결과적으로 1년을 놓고 봤을 때 개인투자자 중 많은 돈을 번 경우는 많지 않을 듯하다.
내 경우에도 엄청난 거금을 벌지는 못했다. 암호화폐 투자자처럼 벼락부자가 되지도 않았다.
그래도 주식 투자를 처음 시작하면서 세운 목표 '대기업 연말 성과급' 수준은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내 투자의 원칙은 매우 간단하다. 저점 매수 후 목표 주가가 왔을 때 매도.
저점을 어떻게 아느냐고 묻는다면 내 경우 매수하는 종목이 거의 정해져 있다.
주가 추이를 보는 종목이 20개 정도이고 1~2달 간격으로 모니터링 종목을 바꾸기도 한다.
모니터링 종목은 시가총액 3000억~5000억 원 정도로 실적이 좋고 성장성이 있는 섹터의 기업들이다.
또는 실적이 탄탄하고 성장성도 있는데 상장 후 공모가를 하회하면서 주가가 지지부진한 신규 상장 주들이다.
매수 종목의 투자 기간은 짧게는 1~2주에서 길게는 몇 달 정도다.
매일 같이 주식창을 들여다보지는 않고 원하는 가격이 오면 샀다가 주가가 목표가에 왔다고 알람이 뜨면 판다. 이런 패턴으로 매매를 하다 보니 그냥 가만히 뒀으면 2~3배는 수익을 얻을 종목도 10~20% 수익만 내고 팔아버리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욕심부리지 않고 같은 패턴을 꾸준히 반복하고 있다.
올해 1~12월을 놓고 보면 월별 수익은 일정하지 않다. 2월에는 유일하게 소액이지만 손실도 났었다.
1월에 많은 수익을 안겨준 종목을 원칙을 깨고 추격 매수했다가 결국 손절했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너무 심해 올 한해 대부분의 기간을 재택 근무를 하면서, 더 욕심을 내볼까도 고민했지만 다행히 원칙을 지켰다.
내 투자 방식은 부자가 되긴 어렵다. 그러나 내가 목표로 하는 '대기업 연말 성과급' 수준을 충족하긴 적절하다.
자신이 세운 원칙을 지킨다면 누구나 큰돈은 벌지 못해도 지수가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 그 원칙을 세우고 지키는 것은 오롯이 스스로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