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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쭝이쭝이 Jan 08. 2022

삼성전자는 아무나 장기 투자할 수 없다⑦

자식에게 물려줄 주식에 투자하는 자세

주식투자를 처음 시작하는 이른바 '주린이'들이 가장 먼저 매수를 고려하는 종목 중 하나가 삼성전자가 아닐까 싶다. 장기 투자가 어렵다는 한국 주식시장에서 상장 이후 수십 년간 우상향을 지속해온 거의 유일한 종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월봉 차트를 보면 1994년 이후 가장 주가가 낮았던 1998년 8월 652원(액면분할 전 기준 3만 2600원)에 주식을 샀다면. 20여 년 새 주가는 100배 이상 올랐다.

그 시점에 1억 원어치 삼성전자 주식을 산 사람이 지금까지 계속 보유하고 있다면 100억 원이 넘는 자산가가 돼 있을 것이다. 거기에 매년 2억~3억 원 정도의 배당도 따박따박 받고 있을 것이다.

처음 투자 원금의 2~3배 돈을 매년 배당으로 돌려받고도 시세 차익이 100억 원이 넘는 셈이다.

꿈같은 얘기지만 실제로 이런 투자자가 삼성전자 주주 중에는 꽤 있다,

내가 삼성전자 주주총회에 처음 가본 것은 2016년 10월 임시 주총이었다.

당시 안건은 이재용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건이었고, 태어나서 처음 가본 기업 주총이었다.

그 주총에서 70대 정도로 보이는 할아버지가 주주 발언을 했다. 그 할아버지는 자신이 삼성전자가 상장할 때부터 계속 주식을 사서 보유해왔고, 매년 넉넉한 배당금으로 노후 걱정도 없이 살 수 있어 회사에 너무 고맙다고 했다.

그때까지 주식 투자도 처음이고 내 집도 없던 30대 직장인이던 내게는 그 할아버지의 주주 발언은 큰 충격이었다. 식상한 표현으로 망치로 머리를 한대 얻어맞는 느낌이었다.

'왜 우리 할아버지나 아버지는 삼성전자 주식을 사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지금 현재 내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은 단 1주뿐이다. 주총장에 혹시 가고 싶을까 봐 남겨준 단 1주 외에는 2020년 12월에 6만 원대에서 모두 팔아버리고 말았다.

 삼성전자 주가가 계속 우상향해왔던 이유는 세계 1위 제품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며 혁신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1992년 D램 메모리 반도체에서 1위에 올랐고 2006년엔 TV 세계 1위, 2011년엔 스마트폰 세계 1위와 낸드플래시 메모리 세계 1위 등에 올랐다. 또 스마트폰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도 세계 1위다.

현재도 DDI(디스플레이 구동칩) 세계 1위, 이미지센서(빛을 전기신호로 바꾸는 반도체) 세계 2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세계 2위 등 비(非)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일반 개미투자자가 삼성전자가 앞으로 어떤 제품에서 1위에 오를지, 현재 1위를 계속 지켜나갈지 알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많은 투자자들은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한다.

D램 반도체로 수익을 많이 내고 있는데 주가는 왜 안 오르냐고 성토하는 분들도 많다.

삼성전자는 매우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가전, TV 등 한쪽이 무너지면 다른 한쪽이 이익을 벌충하는 구조이다. 따라서 위기가 와도 회사 전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적다.

반면 이런 구조는 주가 상승에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구조다. 스마트폰은 2011년 세계 1위에 올라서고 갤럭시 S4가 역대 최다 판매를 기록한 이후로는 주가에 전혀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TV나 가전도 비스포크가 아무리 히트를 쳐도 주가 상승엔 1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이런 분야는 삼성전자가 강조하는 이른바 '초격차'가 통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판매 1위를 기록해도 수익성에선 애플에 밀리고 물량에선 중국산 저가 제품에 치인다. 가전은 기본적으로 수익성이 좋지 못하다.

아무리 많이 팔아도 이익률이 4~5% 수준이다.

결국 삼성전자 주가는 D램이나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가 사실상 결정하는 구조다. 그러나 메모리는 사이클을 심하게 타는 특성이 있다. 공급이 달릴 땐 엄청나게 비싸게 팔 수 있어 이익률이 50%를 넘어서기도 하다가도, 과잉 공급이나 수요가 감소하는 시기가 오면 가격이 반토막이 아니라 반의반 토막이 나버린다.

이익이 안정적이지 못하니 주가는 디스카운트될 수밖에 없다.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이 소위 슈퍼사이클로 접어들 때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다가 사이클이 꺾이면 주가는 곤두박질친다. 반도체 공장은 투자를 계획하고 건물을 짓고 실제 가동하기까지 2~3년의 시간이 걸린다. 또 반도체 생산은 웨이퍼를 투입하고 완성품이 나오기까지 전 과정이 3개월 정도가 걸린다. 이처럼 투자와 생산 등에 시간이 많이 걸리다 보니 수요 변화를 실시간으로 반영할 수도 없다. 호황기라 투자를 하면 실제 완공 시기엔 침체기로 접어들 수도 있다.

물론 1992년 D램 메모리 세계 1위에 오른 이후 세계 메모리 시장은 계속 커져왔고 삼성전자는 세계 1위도 30년째 지키고 있다. 그래서 주가가 우상향을 했던 것이다.

1992년에 100MB 정도이던 하드디스크 용량이 지금은 1000GB 된 것만 봐도 메모리 수요가 얼마나 늘어났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다만 주가가 지지부진한 시기가 길면 3~4년씩 이어지고 오를 때는 한 번에 다 반영해 오르다 보니, 웬만한 끈기가 아니면 기회비용을 모두 버리면서 삼성전자 주식에 올인하긴 쉽지 않은 것이다.

반면 대만 TSMC나 미국의 인텔처럼 데이터 저장이 아닌 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수요가 일정하고 시장도 계속 커지는 구조다. 따라서 이들 기업은 주가가 안정적으로 계속 상승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를 목표로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삼성전자 주가가 앞으로도 우상향 할 것이란 사실은 의심하지 않지만, 몇 달 또는 1~2년 만에 주가가 2배가 되거나 급상승할 가능성은 매우 낮은 주식이다. 또 현재까지는 저장장치가 기기 자체에 내장돼 있는 구조가 일반적이지만 계속 클라우드 쪽으로 가고 있다 보니, 주도권이 삼성전자와 같은 메모리 생산업체에서 아마존이나 구글 같은 클라우드 서버 운영업체 쪽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 리스크이긴 하다. 이미 음악은 MP3로 다운로드하지 않고 영화나 드라마도 전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로 보고 듣는 게 일반적이 된 것을 보면 이런 경향을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나도 스스로 장기투자에 적합하다고 믿었지만 삼성전자 주식을 경험해보고, 내가 생각한 장기투자의 기간이 짧게는 3~4년 길게는 30~40년은 아니란 걸 알았다.

삼성전자로 노후 보장을 받고 싶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매달 일정 금액, 예를 들어 100만 원씩 무조건 매달 같은 날에 사서 모으는 것이다. 그것이 안된다면 삼성전자 주가가 너무 많이 떨어져서 모두가 비명을 지를 때 한 번에 거액을 넣고 그냥 기다리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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