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대표하는 2차 전지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이 1월 18~19일 일반 공모주 청약을 한 뒤 27일 상장할 예정이다.
기관 투자자 공모에서 IPO 역사상 처음 1경(京)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이 나왔고 세계 2위 전기차 배터리 업체라는 이름값이 더해지며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연일 화제다.
투자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까지 공모주 청약에 대거 나서면서 국내 공모주 역사를 갈아치울 전망이다. 일반 청약 증거금도 70조원은 넘길 것으로 보인다.
LG엔솔의 공모가격은 주당 30만원으로 시총으로 환산하면 약 70조 2000억원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코스피 3위로 데뷔하게 될 전망이다.
만약 LG엔솔이 공모가의 2배로 시초가를 형성하고 곧바로 30% 상한가로 올라가는 소위 '따상'을 기록한다면 1주를 청약받은 경우 48만원을 손에 쥘 수 있다.
최소 청약 단위인 10주를 증거금 150만원(주식 가액의 50%)을 넣고 균등분할로 1주만 받으면 치킨이 아니라 소고기 파티를 할 정도로 짭짤한 수익을 낼 수 있으니 너도나도 공모에 뛰어들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개인적인 판단으론 LG엔솔이 따상을 기록할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그 이유는 시가총액이 70조원에 달하는 매우 무거운 주식이기 때문이다.
내가 공모주 청약을 할 때 가장 주의 깊게 보는 것이 시가총액이다.
시가총액이 10조원 이하라면 상장 업종의 특성에 따라 충분히 따상이나 따상상도 가능하다.
2020년 7월 상장했던 SK바이오팜이 따상상상을 기록했던 이유도 바이오라는 특성도 있지만 시총이 공모가 기준 4조원 수준이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따상상상을 기록하더라도 바이오주 가운데 SK바이오팜보다 시총이 높은 주식(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이 존재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주가 상승의 상방에 여유가 있는 셈이다.
반면 과거 블루홀 시절부터 장외주식의 황제주였던 크래프톤의 경우 공모가(49만원) 시총이 20조원에 달하면서 게임 대장주인 엔씨소프트보다 시총이 컸다.
결과적으로 기대와 달리 크래프톤은 공모가를 하회했고 현재는 공모가보다 30%나 하락해 30만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LG엔솔에 기대감을 갖는 이유는 동종업계로 비교대상이 된 중국의 CATL 때문인듯하다. 세계 1위 전기차용 배터리 업체인 CATL은 시가총액이 260조원에 달한다.
세계 2위인 LG엔솔이 CATL 시총의 절반만 돼도 130조원으로 공모가 대비 85%가 상승한 수준이다. 따라서 30만원으로 1주만 받아도 25만원 정도는 벌 수 있다는 얘기다.
더욱 보수적으로 잡아 100조원(43% 상승)까지만 올라도 13만원 정도로 용돈벌이로는 충분하다.
그냥 숫자상으로만 보면 그럴듯한 논리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상장 즉시 2차 전지 대장주가 되는 LG엔솔은 상방이 어느 정도 일지 누구도 가늠할 수 없다.
또 세계 2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가 상한가를 치는 상황을 쉽게 상상할 수 없듯, 시총이 70조원이 넘는 기업이 급등을 하기엔 너무 무거운 주식이란 생각이다.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을 보면 지난해 CATL이 31.8%, LG엔솔이 20.5%로 격차가 상당하다. 2020년 상반기에 잠시 중국이 코로나19로 락다운이 되며 공장 가동이 멈췄을 때 잠시 LG엔솔이 세계 1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그 이후 계속 2위이고 격차도 더 벌어지고 있다.
또 반도체나 2차 전지 등 핵심 부품주의 주가를 결정하는 가장 큰 부분은 안정적인 수요처 확보다.
CATL은 중국이라는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을 디폴트 값으로 선점하고 시작하는 업체다. 반면 LG엔솔은 유럽이나 미국 시장에서는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폭스바겐이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하기도 했듯 언제든 도전자가 나올 수 있는 정글에 놓여있다.
배터리 가격이 전기차의 4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불리한 조건으로 계속 배터리 업체에서 물건을 사려면 압도적인 성능의 우위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LG엔솔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파우치형보다 건전지를 닮은 원통형 배터리를 채용하는 전기차 업체가 많은 것도 현실이다. 또 충전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전고체 배터리 기술도 상용화에 시간이 걸리고 LG엔솔이 전고체 배터리 시장을 독점 또는 선점할 가능성도 낮다.
결과적으로 CATL은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부분이 시총 260조원을 유지하는 핵심이라고 본다. 중국은 자국 전기차 및 배터리 업체에게만 엄청난 보조금을 주며 내수시장에선 해외기업이 사업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심지어 중국은 자국 내에 공장을 세우고 투자를 한 해외기업의 배터리 조차 내수시장에서 못 팔게 했던 나라다.
반면 LG엔솔은 안정적 내수시장이 없는 상황에서 해외에서 판로를 계속 개척해야 하는 입장이다. 한때 압도적인 세계 1위였던 일본의 파나소닉이 불과 몇 년 새 급격히 무너지는 것을 봐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은 어느 업체가 더 많은 수주를 따내느냐가 관건일 수밖에 없는 듯하다.
LG엔솔은 분명 좋은 기업이고 성장 기대감도 크다. 그러나 시총 70조 원으로 데뷔하는 기업의 주가가 2~3배가 뛰기를 바라고 투자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은 선택이다.
내가 LG엔솔 공모주에 청약하지 않은 이유이다. 오히려 상장 후 주가 추이를 보면서 공모가 이하로 주가가 내려간다면 분할 매수하는 편이 훨씬 나은 투자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