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답' 기업의 한계
삼성전자가 주가가 또다시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동학 개미 운동으로 주주가 600만 명에 달하는 국민주가 됐고, 지난해 1월엔 9만 원 중반대까지 치솟으며 10 만전자가 눈앞이던 삼성전자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주가다.
고점 이후 단 한 번도 9만 원대를 회복하지 못했고 1년 3개월째 하락하며 6만 전자까지 추락했다.
요즘 악화된 메모리 업황으로 삼성전자 주가를 설명하는 리포트나 기사도 많이 보인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더 이상 D램 등 메모리 업황이 주가를 결정하지 않는 거 같다.
슈퍼사이클로 2017~2018년 사상 최고 영업이익 찍었을 때 최고 주가가 액면분할가 기준으로 5만 원 중반 대였다. 그런데 지금도 6만 7000원이니 메모리로는 설명 안 되는 주가다.
주식시장은 하늘에서 내리는 비에만 의존하는 농사인 이른바 '천수답' 실적 기업에게 낮은 가치를 부여한다. 스스로 물길을 내고 저수지를 파서 비에 의존하지 않고 수확이 가능한 논을 만들어내는 기업이 높은 가치를 받는다.
메모리도 디스플레이도 전형적인 천수답 사업으로 물이 들어올 때는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들이지만
물 빠지기 시작하면 수익이 반의 반토막이 나버리기도 한다.
디스플레이는 그 정도가 더 심해 수조 원을 벌다가도 다음 해 적자가 나버리기도 한다.
이런 기업들 중 주가가 안정적으로 계속 우상향 하는 경우가 별로 못 봤다.
OLED 강자라는 LG디스플레이는 주가가 10년 전보다 더 낮은 수준이다.
삼성전자도 이제 메모리를 뛰어넘을 무엇인가가 필요하고 그게 파운드리, 시스템반도체다. 그 기대감을 충족하지 못하는 한 10만 전자는 오지 않을 거 같다.
SK하이닉스도 시총이 현재 80조 원 정도인데 미국 기업인 마이크론이 100조 원 안팎이니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고려해도 현재 주가가 저평가라고 하긴 힘든 거 같다. SK하이닉스도 메모리를 넘어설 非메모리 사업이 절실하지만 갈길은 삼성전자보다 더 멀다.
메모리 반도체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간 통하던 초격차 전략도 이제는 미세공정이 한계에 도달해 의미가 퇴색되고 있는 듯하다.
몇 년 전 아마존코리아 분이 회사에 와서 강연을 했을 때 클라우드 서버의 경우 메모리를 교체하지 않아도 충분히 서버 최적화를 통해 그에 준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저장장치는 갈수록 클라우드화가 강화되고 개별 디바이스엔 메모리 용량이 축소되고 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 등 메모리 회사보다는 아마존 같은 클라우드 서버 업체들이 더 힘이 세지고 있는 듯하다.
아무튼 삼성전자가 빨리 파운드리에서 자리를 잡아 시장 기대에 부응하길 응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