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사라진 반도체 업계
삼성전자 주가가 2020년 11월 10일 이후 1년 8개월 만에 5만 원대로 내려왔다.
지난해 1월 초 '10만 전자'를 꿈꾸던 삼성전자 주가가 반토막 수준인 '5만 전자'로 되돌아오며 주주들의 실망감이 어느 때보다 크다.
이제 많은 사람들의 생각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550만 명에 달하는 현재 주주는 '버텨야 되나 손절해야 하나', 아직 삼성전자 주주가 아닌 경우엔'지금이 기회일까'란 고민이다.
현재의 주가 하락세는 과거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과 비슷한 양상이 아닌가 싶다.
인터넷이 세상을 바꿀 것이란 엄청난 기대감에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인터넷만 붙으면 주가가 폭등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그 기대감이 단기간에 현실로 바뀌지 않으면서 버블이 붕괴되며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물론 삼성전자를 당시 기술도 제대로 없던 닷컴 기업과 비교할 순 없다. 그러나 주가 하락의 원인은 당시와 마찬가지로 높았던 기대가 현실로 반영되지 않는데 따른 실망감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등이 겹친 결과로 보인다. 2020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 생산)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실적으로 나타나지 않으면서, 높아졌던 멀티플 거품이 꺼지는 수순이 아닌가 여겨진다.
그렇다면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은 과연 삼성전자만의 문제일까?
최근 1년간 전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을 살펴보면 삼성전자나 인텔과 같은 종합 반도체 회사나 엔비디아나 퀄컴 같은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 대만 TSMC와 같은 파운드리까지 모든 회사의 주가가 하락세다.
인텔과 TSMC의 주가 하락폭은 삼성전자보다 오히려 높다.
한마디로 삼성전자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반도체 회사가 주가가 내리막을 걷고 있다는 얘기다.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환경과 원격 근무 확산 등으로 높아진 반도체 업계의 성장 기대감이 지난해 말 오미크론 변이 이후 빠르게 일상 회복이 이뤄지며 급격히 꺾기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또 2015~2016년부터 세계 최대 전자쇼인 CES에서 메인 테마로 자리 잡은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미래 기술들이 예상보다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데 있다.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얘기가 나온 지 6~7년이 지났는데도, 그 사이 엄청난 기술 발전이나 상용화 제품이 나오지 못하다 보니 높은 기대감으로 올라갔던 멀티플이 서서히 원래 자리를 찾아가며 주가에 반영되고 있는 듯하다.
주요 기업의 최근 5년 주가를 보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미래 기술의 상용화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커졌고, 엄청나게 풀린 유동성이 더해져 2020~2021년 주가를 다락같이 끌어올렸다.
삼성전자도 2020년 하반기 파운드리 사업 기대감이 커지며 2021년 1월엔 9만 원 중반대까지 치솟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기대했던 기술 혁신은 여전히 미래 기술로 남아있고, 일상을 획기적으로 바꿀 IT제품도 출현하지 않고 있다.
2007년 스티브 잡스가 선보였던 '아이폰'과 같은 혁신 제품이 15년이 지난 지금도 비슷한 형태의 스마트폰으로 이어지고 있을 뿐이다.
단순히 미세공정 고도화나 AP칩의 성능 향상 정도로는 높아진 주가의 기대감을 떠받치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반도체 기업을 메모리 업체로만 한정해서 보면 차라리 D램 중심인 미국 마이크론이나 SK하이닉스의 최근 5년간 주가 상승률이 더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낸드플래시 중심인 웨스턴디지털은 낸드 수요나 수익성이 예상보다 낮아, 주가가 별 힘을 받지 못했다.
결국 현재로서는 종합 반도체 회사로 파운드리 확대와 함께 가전, 스마트폰까지 만들고 있는 삼성전자의 주가는 쉽게 반등하기 어려워보인다.
안정적 수익을 내는 모범생이지만, 미래가 기대되는 유망주는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5만원대 주가는 분명 매력적인 가격이고 지금부터 모아간다면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는 구간에 진입했다. 개인적으론 주가가 더 싸고 배당수익률은 더 높은 삼성전자 우선주를 추천한다.
2~3년을 볼 때 50% 이상 수익률 가능한 구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