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적인 '집단 기억 상실증'의 반복
2023년 새해가 밝았다. 신문과 방송, 유튜브 등 각종 매체에선 "아직 시작도 안 했다"는 말과 함께 집값 폭락 예언이 쏟아지고 있다.
소위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경기 침체와 집값 하락을 기정사실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실제로 제로에 가깝던 금리가 미국은 4%대, 한국은 3%까지 치솟으며 2022년 한 해 집값은 하락을 거듭했다.
새해 연초 전망에서도 상승 전환을 예측하는 전문가를 찾아보기 어렵다.
일부에선 9년 침체를 점치기도 한다.
하지만 불과 1년 전인 2022년 1월에 지금과 같은 집값 하락을 예상한 사람이 몇 명이나 있었을까.
집값은 언제나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데, 그때마다 대중은 '집단 기억 상실증'에 걸린다. 그리고 기회를 잃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기간 집값 통계를 발표한 KB부동산 시세의 서울 아파트값 연간 변동률 자료를 한번 살펴보자.
1987년부터 2022년까지 36년간 서울 아파트값 연간 변동률이다.
1987~1990년 4년 상승, 1991~1993년 3년 하락, 1994년 1년 상승, 1995년 1년 보합, 1996~1997년 2년 상승, 1998년 1년 하락(IMF 외환위기), 1999~2003년 5년 상승, 2004년 1년 하락, 2005~2009년 5년 상승, 2010~2013년 4년 하락, 2014~2021년 8년 상승, 2022년 1년 하락 등으로 정리된다.
2014년부터 2021년까지 8년은 통계 작성 이후 가장 오래 지속된 서울 아파트 상승장이었다.
그렇다면 2022년에 집값이 하락세로 접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미국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도 금리를 따라 올렸고, 금리 인상 압박에 영끌족이 위기를 맞았다. 매수 심리도 사라져 거래 절벽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과거 사례를 찾아보면 경기 침체와 집값 하락이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서울 아파트값은 위기 직후 곧바로 하락한 것이 아니었다
서울 아파트값은 2008년은 물론 2009년에도 연간 2.58% 상승했다. 하락이 시작된 것은 금융위기 2년 뒤인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이었다. 왜일까?
한국은행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5%였던 기준금리를 2%까지 불과 6개월 만에 급격히 낮췄다.
저금리 환경이 집값 하락이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상황을 지연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시에도 영끌족은 있었고 노무현 정부는 집값을 잡기 위해 2004년 3.25%였던 기준금리를 2008년엔 5.25%까지 인상했다. 4년이나 금리를 올렸지만 집값은 하락하기는커녕 오히려 활황장이 펼쳐졌다.
결국 금리는 집값을 결정하는 절대 변수는 아니라는 얘기다.
시장이 활황이고 매수 심리가 강할 때는 금리를 올려도 집값은 하락하지 않고, 금융위기라는 충격이 왔을 때는 금리를 낮추니 영끌족도 버틸 수 있는 틈이 생겨 집값을 유지시킨 것이다.
집값이 실질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한 것은 금융위기 이후 낮췄던 금리를 다시 올리기 시작한 2010년부터다. 이 시기엔 매수 심리가 꺾여있어 금리 인상이 집값 하락에 직격탄이 됐다.
결국 올렸던 금리를 다시 확실히 낮추겠다는 시그널이 나온 2014년부터 집값은 다시 반등을 시작했다.
그렇다면 이번엔 어떻게 될 것인가?
현재는 매수 심리도 완전히 사라졌고 금리도 아직 인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1차적으론 금리 인상이 멈추고 인하가 시작된 시점이 되어야 집값이 반등할 시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2010~2013년과 달리 이번에는 금리를 불과 몇 개월 새 급격히 올렸기 때문에 현 금리 수준을 언제까지 유지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올해 안에 금리 인상을 멈추고 하락 시그널이 나온다면 올해가 집값 매수에 최적의 타이밍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장담하건대 만약 내년에 다시 상승이 시작된다면 사람들은 또 언제 집값 하락에 올인했냐 싶을 정도로 심리는 180도 바뀔 것이다. 늘 그래왔다.
영원한 하락이 올 것이다. 일본과 같은 30년 장기 침체가 올 것이다 같은 얘기에 현혹되지 마라.
올해는 기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