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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쭝이쭝이 Mar 02. 2024

40대 코로나의 끝에 시작한 달리기

우연히 찾아온 비 오는 그날(1)

2024년 새해 목표 중 하나는 마라톤 풀코스 완주다. 불과 1년 4개월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사실상 종식된 2022년 11월, 코로나 기간 내게 남은 건 오랜 재택근무로 인해 늘어난 군살들이었다.

한번 굳어진 음주와 식습관은 고쳐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밤만 되면 먹을 것과 술을 찾는 나 자신을 통제하지 못했다.

아침에 일어나 늘어난 몸무게를 보며 후회했지만, 다시 야식과 술을 찾는 무한 지옥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먹는 걸 줄일 수 없다면 운동을 하는 방법 밖엔 없었다. 그래서 매일 1만 보 이상 걷기로 하고 실천했다.

주말에는 집 근처 산에 오르기도 하고, 2만~3만보를 걷기도 했다.

하지만 살은 빠지지 않았다. 현상 유지를 하는 것도 쉽지 않아 몸무게가 세 자릿수를 넘어서기 직전이었다.

그날은 금요일이었다 이른 저녁에 걸으러 나가려는데 하늘에서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가 오니 걷기를 포기하고 들어오려는데,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헬스장이 보였다.

아파트에 입주한 이후 몇 번 가보긴 했지만, 사실상 관리비에 포함해 돈만 내고 이용하지 않는 곳이었다.

'오늘 꼭 걸어야 하는데...'

금요일 밤엔 언제나 '불금'을 핑계 삼아 저렴한 와인과 야식을 즐겨온 터라 걷기라도 하지 않으면 토요일 아침엔 죄책감이 극에 달할 것 같았다.

'그래 헬스장에 가서 러닝머신 위에서라도 걸어야겠다'

그날이 내 달리기의 시작이었다.

20대 때 군대에서 달리기를 했고 단축 마라톤 출전도 했던 경험이 있지만, 이후 20년 넘게 한 번도 달리지 않았다. 사실 달려보려고 시도는 해 봤지만 불과 1분만 뛰어도 숨이 턱까지 차올라 도저히 더 뛸 수가 없었다.

나이가 40대를 넘고 몸무게가 세 자릿수에 육박한 상황에서 내가 다시 달리는 일은 영원히 없을 것 같았다.

그날 헬스장에서 1시간 넘게 걷고 가끔 가볍게 달렸다.

1분을 뛰고 10분을 걷는 식이었다.

비가 와도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면서 그날 이후론 밖에서 걷지 않고 헬스장으로 향했다.

한 달 정도 거의 매일 러닝머신 위를 걷고 아주 가끔 뛰었다.

그리고 한 달이 좀 넘자 3분을 뛰고 3분을 걸을 수 있는 수준까지 체력이 향상됐다.

헬스장 러닝머신에서 걷고 뛰기를 하면서 한 달 정도 지나니 9km 정도까지 걷고 뛰기가 가능해졌다.

내가 하는 걷고 뛰는 것을 반복하는 방식이 소위 '인터벌 러닝'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다이어트에는 더 도움이 된다기에 꾸준히 반복했다.

그렇게 시작한 내 40대 달리기는 몸무게를 10kg 정도 줄여줬다. 음식을 전혀 조절하지 않고 내가 먹고 싶은 만큼 먹어도 달리고 나면 몸무게는 늘 제자리로 돌아왔다. 다이어트 스트레스가 사라진 것이다.

저녁을 굶겠다고 결심했다가 야식으로 무너지기를 반복하던 내가 당당(?)하게 저녁식사를 제 시간에 하게 됐다. 더 이상 굶을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 글을 시작으로 내가 달려온 1년 4개월, 그리고 앞으로 마라톤 도전기까지 꾸준히 이어가 볼까 한다.

많은 사람들이 달리기를 하라고 하면 "무릎이 아플 것 같다", "지루해서 어떻게 뛰냐" 등 부정적인 반응부터 보인다. 세상에서 가장 지루한 운동이 달리기라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나는 40대 중반 몸무게 90kg대 아저씨도 달릴 수 있다는 걸 스스로 체감했다.

일단 한번 뛰어보라. 1분도 좋고 2분도 좋다. 1분을 뛰고 5분을 걸어도 좋으니 일단 오늘부터 뛰어보라.

그렇게 1년 4개월 전 시작한 나는 이제는 10km를 50분대에 한 번도 걷지 않고 뛰는 '러너'(마라톤 풀코스 도전 자격이 10km를 1시간 안에 뛸 수 있어야한다)라고 부를 수 있는 기본적인 수준에 도달했다.

내가 할 수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달리면 몸이 변하고 마음이 변하고 인생도 조금씩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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