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4·10 총선에서 가장 화제의 인물을 꼽으라면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다. 경기 화성을 지역구에서 모두의 예상을 깨고 더불어민주당 공영운 후보를 누르고 네 번의 도전 끝에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개혁신당은 비례대표 투표에서도 2명이 당선돼 이준석과 함께 탈당했던 천하람까지 모두 3명이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천하람은 이준석 당선에 대해 "한국의 마크롱이 될 수 있는 대선주자"라고 한껏 고무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개혁신당의 성적표는 지난해 이준석이 국민의힘을 떠나며 개혁신당을 창당한 직후 목표로 삼았던 교섭단체(20명) 구성과는 거리가 먼 결과다.
이준석이 '반윤'을 기치로 내세웠고, 당선 소감에서도 반윤을 강조했지만 결과적으로 진짜(?) 반윤인 조국혁신당이 돌풍을 일으키는 결과로 마무리된 것이다.
이준석이 당선된 원인은 상대였던 공영운 후보의 여러 흠결이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이준석 개인의 경쟁력이 뒷받침돼 당선이 가능했던 것도 사실이다. 분명 스스로 자부심을 느낄만한 부분이다.
문제는 이준석이란 정치인이 앞으로 국회에 입성하고 대권주자로 성장하기 위해선, 결국은 자기 지지 기반인 보수와 중도층을 잡아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와 같은 '반윤'노선이나 젠더이슈 등으로는 폭넓은 지지세를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주목하는 부분은 '청년 정치인'의 대명사였던 이준석이 올해 한국 나이로 마흔이 됐다는 점이다. 만 나이로 39세이니 각종 법적 기준상 만 19~39세로 정의하는 청년의 가장 끝자락에서 국회에 입성하게 된 셈이다. 청년 정치인 이준석에게 유권자는 마지막 기회를 준 것인데, 앞으로 국회의원 이준석은 더 이상 청년이 아닌 중년의 나이로 접어들게 된다.
40대 이준석은 청년 정치인 시절과는 분명히 다른 정책과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이준석은 자기 확신이 매우 강한 인물이다. 보통 어릴 때 공부를 아주 잘하고 명문대를 졸업한 중산층 이상 가정 출신들이 이런 특성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30대까지는 이런 자기 확신은 젊은이의 패기나 매력으로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40대 이후로는 이런 강한 자기 확신, 어떻게 보면 자만으로 보일 수 있는 이런 성향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준석은 당당하지만 겸손한 자세를 갖추고 자신의 지지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새로운 비전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이준석은 국민의힘과도 결국 같이 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대권주자가 되기 위해선 폭넓은 대중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그러기 위해선 청년 이준석에서 벗어나 중년의 포용력을 갖고 보수 지지층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국민의힘과 대척점을 만든 결과는 개혁신당이 얻은 3석이란 성적표로 귀결됐다.
이준석의 목표가 국회의원으로서 '화성을' 발전에 평생을 바치는 일은 아닐 것이다. 화성을도 3석에 머무는 이준석을 계속 선택해주진 않을 것이다. 한국의 마크롱이 될 것인가, 아니면 완전히 소멸해 버린 정의당의 길을 갈 것인가. 그가 한국의 마크롱이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