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본선거일이던 4월 10일 넷플릭스 드라마 '삼체' 시즌1 8편을 다 보았다. 전날인 9일 저녁부터 보기 시작해 10일 오후 3시쯤 시청을 마쳤다.
원래부터 SF와 아포칼립스 장르 영화와 드라마를 워낙 좋아하는데 삼체도 재미있게 봤다.
태양이 3개가 있어 그 움직임을 예측할 수 없는 행성에 사는 '삼체인'이란 외계인들은 태양이 안정적인 항세기에 번성했다가 불안정한 난세기에 멸망하기를 반복한다.
그러다 새로운 행성을 찾아 떠나려고 하는데 지구로부터 신호를 받고 광속의 1% 속도로 400년에 걸쳐 지구를 침공하러 온다는 얘기.
지구인들은 삼체인이 도착하는 400년 동안 기술과 문명을 발전시켜 삼체인의 침공을 물리쳐야 한다. 그러나 삼체인 들은 '지자'라는 양성자 컴퓨터로 지구 전체의 모든 것을 감시하며 지구인들의 기술 발전을 방해한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외계인의 존재에 대해 궁금증을 가져왔다. 하지만 마치 사후세계를 알 수 없듯 외계인도 존재를 짐작만 할 뿐 실제로 존재하는지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외계인이 존재한다는 근거는 우주는 너무나 크다는 사실이다. '코스모스'로 유명한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이 넓은 우주에 생명체가 지구에만 살고 있는 것은 공간의 낭비"라고 말한 것처럼 분명 우주 어딘가에는 생명체가 존재하고 있다고 나도 믿고 있다.
하지만 과연 인류와 같은 지적생명체가 살고 있을까 하는 부분과 그 지적생명체와 인류가 서로 만나거나 교류를 할 수 있을까에 대해선 회의적인 편이다.
지적생명체가 출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지구의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다. 46억 년이라는 엄청나게 긴 지구의 역사에서 셀 수도 없이 많은 생명체가 생겨나고 사라져 왔지만, 지적생명체는 인간이 유일하다. 확률적으로 보면 지구라는 생명체가 살아가기 매우 적절한 환경 속에서도 지적생명체는 수조, 수경분의 1에 불과한 확률인 셈이다.
지구에서 유일한 지적생명체인 인간이 우주로 비행선을 보내고 전파를 쏘아 올리기 시작한 것은 100년도 되지 않았다. 46억 년 지구 역사에서 정말 찰나에 불과한 시간이다.
그렇다면 이 넓은 우주에서 생물체가 살고 있는 행성 중에서 지구와 같은 지적생명체가 생겨날 확률도 극히 낮을 것이다. 또 그 지적생명체가 138억 년이라는 우주의 역사 속에서 지구에 있는 인간과 같은 시기에 우주로 비행선을 보내거나 전파를 쏘아 올릴 수 있는 시기가 겹칠 가능성은 0에 수렴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하늘에서 눈을 감고 모래 한알을 떨어뜨려 내가 원하는 곳에 있는 미리 표시해 둔 모래 한알을 정확히 맞출 확률보다도 극히 낮은 확률이 아닐까 싶다.
삼체 소설에는 삼체인뿐 아니라 더 발달한 문명의 외계인들도 묘사된다. 우주에는 수없이 많은 외계 문명이 있고 그 문명이 다른 문명을 쉽게 파괴한다는 설정이다.
그런데 삼체 드라마에도 나오는 '페르미 역설'처럼 그렇게 문명이 발달한 외계인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그들은 어디 있나?"란 의문에 도달하게 된다. 또 지구라는 생명체가 수없이 많이 명멸한 행성에는 왜 지적생명체가 인간뿐인지 그 또한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