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쭝이쭝이 Apr 12. 2024

카메라 사업 실패와 이미지센서

카메라의 눈에서 찾은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스마트폰이 세상이 나오기 전 디지털카메라는 한 시대를 풍미한 혁신제품이었다. 사진을 찍고 난 뒤 인화과정을 거쳐야 하는 시간과 비용 문제를 단번에 해결한 디지털카메라는 국내에선 2000년대 들어 1세대 SNS인 '싸이월드'와 결합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기도 했다.

당시 소니, 파나소닉, 니콘, 올림푸스 등 일본 기업들은 2000년대 디지털카메라 열풍을 선도하며 '워크맨' 이후 제2의 전성기를 맞기도 했다. 삼성도 한발 늦었지만 2008년 본격적으로 카메라 사업에 뛰어들었다.

삼성테크윈(현 한화테크윈)은 2008년 11월 6일 카메라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신설회사인 ‘삼성디지털이미징㈜’를 설립했습니다. 그리고 2009년 삼성디지털이미징은 미러리스 디지털 카메라인 ‘NX 시리즈’를 시장에 처음 선보였다. 또 2010년엔 삼성전자가 삼성디지털이미징을 4월 1일 자로 흡수 합병해 ‘디지털이미징사업부’로 정식 편입시켰다.

당시 삼성전자는 디지털이미징사업부 편성을 통해 TV와 디지털카메라, 캠코더 등 영상 관련 제품 간 연계를 통해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었다. 또 2012년까지 디지털카메라 매출을 5조 원으로 늘리고 시장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려 1위에 올라선다는 야심 찬 목표도 제시했다.

이런 삼성전자의 시장 진출엔 카메라 마니아였던 이건희 선대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이 회장은 ‘카메라 사업 일류화’를 주문하며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 점유율 1위를 목표로 NX시리즈 라인업을 확장해 나갔다. 그리고 한 때 소니에 이어 국내 시장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삼성전자가 2011년부터 세계 1위에 오른 ‘스마트폰’이 디지털카메라를 몰락시키고 말았다. 이건희 선대회장이나 삼성도 스마트폰이 디지털카메라 시장을 사라지게 만들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2013년 디지털이미징사업부를 무선사업부에 흡수해 ‘무선이미징사업팀’으로 격하했고, 2015년 출시한 ‘NX500’을 마지막으로 디지털카메라 시장에서 철수했다. 또 2016년엔 카메라 연구 전담 조직까지 없애고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 향상을 위한 연구 조직으로 전면 재편했다.

삼성전자의 NX시리즈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았고 국내 시장에서 소니와 수위를 다퉜던 만큼 사업 철수 결정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특히 일본 업체들이 지배하고 있는 카메라 시장에서 국내 1위 기업인 삼성전자의 존재는 우리 소비자들에겐 남다른 의미를 가졌다. 그러나 카메라 사업 철수 이후 8년이 흐른 현시점에서 당시 결정은 시대 흐름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2억 화소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HP2'

비록 삼성이 디지털카메라 사업에선 시작도 늦었고 결과도 실패로 끝났지만, 카메라의 눈으로 핵심인 '이미지센서'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냈다. 실패를 기회로 삼는 삼성의 회복 탄력성이 다시 한번 힘을 발휘한 것이다. 이미지센서는 빛을 전기 신호로 바꾸는 시스템반도체로 전 세계 시장 점유율에서 소니가 1위, 삼성전자가 2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용 이미지센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해 사람 눈에 버금가는 2억 화소급 제품인 '아이소셀 HP2' 양산에 성공했다. 이 제품은 갤럭시S23 울트라와 갤럭시S24 울트라 등에 탑재됐다.

스마트폰은 전 세계적으로 10억대 이상이 매년 팔리는 거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 스마트폰엔 여러 대의 카메라가 탑재되고 이미지센서가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또 자율주행용 카메라 등도 이미지센서의 수요처로 급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이미지센서 시장 매출 규모는 2023년 193억 달러(약 26조 4000억 원)에서 2026년 269억 달러(약 36조 8000억 원)로 40%가량 성장할 전망이다.


세계 최초의 디지털카메라는 1975년 코닥(Kodak)이 개발했다. 그러나 필름과 아날로그 카메라 등 기존 사업을 포기하지 못해 후발주자들에게 따라 잡히고 말았다. 반면 삼성전자는 후발주자로 디지털카메라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새로운 시장인 스마트폰용 카메라로 발 빠르게 전환해 성공을 거뒀다.

이건희 회장은 "어떤 산업도 번영의 정점에 도달하면 쇠퇴의 길로 접어드는 운명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기업은 변신을 통해 얼마든지 새 생명을 얻고 장수 기업을 넘어 영속 기업으로 갈 수 있다"고 했다.

삼성은 현재 이미지센서 시장에서도 2030년 세계 1위를 목표로 소니를 추격하고 있다. 세계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소니가 50%대, 삼성은 20%대로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삼성의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력과 스마트폰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이미지센서 시장을 선도할 미래를 기대해 본다.

이전 05화 중국 '반도체 굴기'의 실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