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주인이 있는 회사와 주인이 없는 회사. 우리 회사는 주인이 있는 회사다. 주인이 있는 회사에서 가져야 할 태도는 '주인의식'이다. 절대 가져선 안될 태도는'주인행세'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 방시혁 하이브 대표 간의 갈등이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하이브 주가는 이틀새 9%가량 하락했다.
하이브 측은 민희진 대표가 뉴진스가 소속된 어도어를 탈취하려고 했다고 주장하고, 민 대표는 하이브가 최근 선보인 '아일릿'이 뉴진스를 카피해서 뉴진스의 가치를 훼손한 것이 갈등의 원인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아일릿은 성공적인 데뷔를 하며 현재도 타이틀곡 'Magnetic'이 멜론 등 음원차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분명 아일릿의 뮤직비디오나 댄스나 노래, 의상 등에서 뉴진스와 매우 유사하다. 그러나 같은 계열사에서 내놓은 아이돌그룹의 콘셉트나 노래 등이 유사한 것은 특별히 이상한 것은 아니란 생각이다.
예를 들어 벤츠에서 내놓는 자동차들이 같은 브랜드 및 디자인 콘셉트를 가지고 있어, 어디서 보더라도 벤츠차라는 것을 알아본다고 해서 그것이 카피는 아니다. 같은 브랜드 내에서도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고 그 변주에 성공하면 명차가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민희진 대표는 자신이 하이브에 합류해 탄생시킨 뉴진스에 대해 자신의 창작물 또는 소유물이라는 강한 집착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
하이브와 같은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소속 가수들의 성공 여부가 회사의 모든 운명을 결정한다. 그런데 하이브는 시가총액이 9조 원에 육박하는 대형 상장사이고, 이런 회사의 실적이나 영업이익이 들쭉날쭉한다면 투자자들은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하이브는 당연히 자사에서 성공시킨 모델을 벤치마킹하는 방식을 계속 선택할 수밖에 없다. 안정적인 매출과 수익을 거두기 위해선 불가피한 선택이다. 만약 모든 가수들마다 다 다른 콘셉트를 추구한다면 하이브라는 정체성을 투영하기도 어렵고, 성공 여부를 미리 예측하기도 불가능해진다.
내가 하이브의 CEO라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일단 성공한 모델을 벤치마킹해 새로운 그룹을 선보이고, 그 그룹이 인기를 끌고 궤도에 오른 다음에 얼마든지 새로운 시도나 변주가 가능하다.
가장 단적인 예로 YG의 '블랙핑크'를 꼽을 수 있다.
블랙핑크는 데뷔 당시엔 '2NE1'의 아류나 복사판 정도로 취급됐고, 모든 콘셉트가 거의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비슷했다. 그러나 지금 현시점에서 블랙핑크를 보면서 2NE1을 떠올리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2NE1이라는 성공한 모델을 바탕으로 안전마진을 확보하고 이후 새로운 성장을 도모하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오히려 상장사인 대형 기획사에서는 당연히 이런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해나가야 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성공이 보장되지 않은 새로운 콘셉트의 그룹은 준비하면 인력이나 비용은 오히려 많이 드는데, 성공 여부까지 불투명하니 전혀 환영할 수 없다.
이번 민희진 사태가 하이브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개인적 생각으론 단기적 영향에 그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민희진이 뉴진스가 소속된 어도어 경영권을 확보할 가능성도 낮아 보이고, 뉴진스가 굳이 하이브를 버리고 민희진을 선택할 것 같지도 않다.
민희진 대표에 대해서는 '대표'라는 직함과 20%라는 지분 때문에 주인의식을 넘어선 주인행세의 단계에 들어선 것이 문제가 아니었나 싶다.
민 대표가 과거 tvn 유퀴즈에 나왔을 때 영상을 보면 SM시절에는 철저히 자신을 감추고 숨겼다고 말하는 부분이 있다. 의식적으로 자기 검열을 하고 아티스트가 돋보이게 하려고 자신은 드러내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하이브로 영입될 때는 '민희진 걸그룹'이라는 제목으로 수많은 기사가 도배가 될 정도로 그녀가 전면에 부각됐다. 하이브 입장에선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뉴진스라는 새로운 걸그룹을 띄우기 위해 민희진의 커리어와 후광을 이용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민희진이 전면에 나서는 방식을 취했다 하더라도, 뉴진스는 그녀 개인의 창작물이나 소유가 아닌 것은 너무나 분명한 사실이다.
앞으로 민희진이란 인물이 어떤 행보를 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직장인으로 직원은 사원부터 대표까지 주인의식이 아닌 주인행세를 하는 순간 그 조직에서 계속 남아있긴 어렵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