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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쭝이쭝이 Apr 24. 2024

H.O.T는 X세대인가?

MZ세대에 포함되지 못해 X세대가 된 사람들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민희진 어도어 대표 간의 논란 가운데 이들의 갈등을 X세대 내에서의 세대차이라는 시각으로 분석한 글을 보았다.

방시혁은 1972년생이고 민희진은 1979년생이다. 분명 같은 1970년대생이고 현재 세대 분류상 X세대라고 규정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민희진과 같은 세대인 내 개인적 경험과 견해에선 과연 민희진과 같은 1970년대 후반생이 X세대로 불리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X세대의 정의에선 대략 1968~1980년생을 이 세대로 묶고 있는 듯하다.

네이버를 검색하면 나오는 위 설명을 보면 X세대란 말은 1991년 처음 등장했고 1993년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개념이다.

이는 내 개인적 기억과도 일치한다. X세대는 1991~1993년 그 시간 사이에 20대 안팎이었던 젊은 층을 통칭하는 용어로 사용됐었다.

당시 나는 중학생 시기였고, 누구도 우리처럼 1970년대 후반생을 X세대라고 부르지 않았다.

미디어를 통해 X세대로 불리는 대표적인 인물은 이병헌(1970년생), 김원준(1973년 2월생), 신은경(1973년 2월생) 등 1970년대 초반들이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당시 X세대라는 이미지에 가장 잘 들어맞는 케이스다.

이전에 없던 새로운 음악을 들고 나왔고, 새로운 패션과 스타일을 선보였다.

이주노(1967년 2월생), 양현석(1970년 1월생), 서태지(1972년 2월생) 등 3명 모두 1991~1993년 당시 20대 초중반이었다.

 

물론 1970년대 후반생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과연 1970년대 생 내에서 세대 차이란 것이 존재한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개인적 경험으로는 1980년대와 1990년대는 완전히 다른 시대였다.

1980년대는 아직도 우리나라가 중진국 대열에도 끼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당시 아버지 월급날이 되면 한 달에 1번 정도 외식을 했고, 외식 메뉴는 짜장면이나 돈가스 둘 중 하나였다.

중국집에 가서 탕수육 하고 짜장면을 같이 먹어보는 게 소원이었을 정도였고, 경양식집 가서 돈가스 먹는 건 최고의 호사였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선 돼지갈비도 먹고 횟집도 가고 더 이상 짜장면이나 돈가스를 외식 메뉴로 먹지 않게 됐다. 1980년대까지 대학가를 점령했던 운동권 문화도 1990년대 이후 서서히 사라져 갔다.

그 운동권 문화가 완전히 사라진 게 1990년대 후반이고 1970년대 후반생들이 대학에 가던 시점이다.

정확히는 1996년 연세대에서 있었던 한총련 사태 이전과 이후로 대학 문화는 완전히 달라졌다.

1990년대 초반 방송됐던 대학생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은 1970년대 초반생들이 주인공이다. 그들은 심오한 철학을 얘기하고 여자 후배가 남자 선배를 '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방송된 '남자 셋 여자 셋'이란 시트콤에선 주인공들이 97~98학번 정도로 묘사되는데, 운동권 분위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냥 미국 시트콤 프렌즈 느낌의 코믹한 콘셉트였다.

1970년대생에서 X세대와 그 이후를 가르는 기준을 제시하라면 H.O.T 이전과 이후가 아닌가 싶다.

H.O.T는 1978년생 멤버 3명, 1979년생 1명, 1980년생 1명 등 5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을 X세대라고 부른 경우는 그들이 활동하던 당시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2000년대 들어서도 1978년생 이후는 에코세대(베이비부머의 자녀)나 N(네트워크) 세대 정도로 불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들 H.O.T세대는 대학에 가서 PC방에서 친구들과 밤새워 스타크래프트 하던 세대이고, 플스방에서 위닝11 축구게임 하던 세대다. 개인주의가 팽배했고 대학에서의 집단 얼차려 등 과거 문화에 거부감이 강하던 세대다.

이런 세대가 MZ세대라는 강력한 개념이 나타나면서 갑자기 X세대로 묶이게 된 것으로 여겨진다.

MZ세대의 시작을 1981년생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그전 세대는 X세대로 부르게 된 것이다.

하지만 1978~1989년생 정도까지는 거의 같은 세대라고 느껴진다. 기준을 굳이 따진다면 중고생, 대학 입학 시기까지 스마트폰이 없이 PC기반으로 소통했던 세대란 특징이다.

싸이월드를 열심히 했고, 버디버디, 세이클럽 등 PC 시대 기억이 강한 세대다.

반면 1990년대생 이후로는 스마트폰 중심의 소통을 했던 세대로 Z세대라고 칭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방시혁과 민희진의 갈등을 X세대 내 세대차이란 시각엔 동의하기 어렵다. 또 1970년대 후반생을 X세대로 포함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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