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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쭝이쭝이 Apr 25. 2024

민희진의 3시간 격정 기자회견

'일'잘하는 직원과 '말'잘 듣는 직원 사이

20년 가까이 직장 생활하며 알게 된 사실은 연차가 낮을 때는 일을 잘하면 인정받지만, 연차가 높아질수록 말을 잘 들어야 인정받는다는 점이다.

임원이 되거나 승진을 하는 사람들은 물론 당연히 기본적으로 능력이 있고 일을 잘해야 하지만, 1등 능력을 가진 사람이 위로 올라가지 않는다.

더 위에 있는 사람, 오너일 수도 있고 대표일 수도 있고, 등기임원일수도 있고, 아무튼 더 위에 있는 사람이 보기에 데리고 일하고 싶은 사람. 즉 시키면 시키는 대로 말을 잘 듣고 그대로 잘 실행할 사람들을 임원이건 더 높은 자리로 승진시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렇게 윗분들 말을 잘 듣는 것을 '애사심', '로열티'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 윗분들은 자신의 생각을 '회사의 결정'이라고 말한다. 말을 잘듣는 직원은 회사의 결정을 잘 따르는 애사심이 있는 로열티를 가진 직원이라는 것이다.

어느 정도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결국 승진은 능력순이 아니라는 사실에 허탈함을 느끼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를 '사내 정치'라고 부르기도 한다. 결국 승진과 회사 내 성공의 핵심은 윗분이 보기에 누가 더 말을 잘 듣고 자기가 시킨 일을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해낼 것이냐다.(물론 이런 정치를 뛰어넘는 탁월한 세계 최고 능력을 가진 인재라면 아주 가끔 예외가 있긴 하지만, 매우 드문듯하다)

민희진 대표의 기자회견을 보면서, 민 대표는 일반적인 회사에서 원하는 대표나 임원 상은 아니었고 그것이 이번 갈등의 원인이 된 것으로 보였다.

민 대표가 방시혁 의장과 하이브에 의해 영입된 인물이지만 어쨌건 고용된 직원인데, "나는 내 일만 잘하면 된다. 남은 신경 쓰지 않는다"라고 생각한 게 문제가 된 듯하다.

아무리 성과가 좋아도 아무리 일을 잘해도 임원이나 대표급이 된 직원은 그 위에 오너나 더 상급자의 지시나 방향을 거스르며 일을 하면 일반적인 회사에선 살아남기가 어렵다.

회사가 득이 되는 방향으로 가도록 하는 것이 맞다고 이상적으로 생각하지만, 현실은 결국 오너나 최상위 결정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아마 민 대표의 기자회견을 본 많은 젊은 세대, MZ세대 직장인들은 민 대표의 열정에 공감을 하고 평소 회사에서 찍어 누르려고 하는 상사들이 오버랩 됐을 듯하다.

나 역시도 합리적으로 올바른 방향으로 일을 처리해야 하고, 그렇게 회사가 굴러가야 한다고 믿긴 한다. 그런데 결국 회사도 사람이 모여 구성한 곳이고, 오너와 최상위 결정권자, 또는 임원 등이 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일을 잘하는 사람보다 말을 잘 듣는 사람을 원하는 우리 기업 문화가 참 안타깝다. 심지어 자율성이 극도로 보장될 것 같은 엔터 회사에서까지...

하지만 직장인이라면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나이가 먹고 위로 올라갈수록, 회사가 원하는 인재는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이란 사실이다. 슬프지만 그게 현실이다.

오너와 최상위 결정자와 임원들은 자신들이 부하직원보다 훨씬 유능하다고 스스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본인이 더 유능한데 자기 말을 안 듣는 사람을 키워주고 싶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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