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탄핵된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과 비교
제22대 국회 개원이 불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절대다수를 차지한 야당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시도할지 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보수 언론과 지지층에서조차 윤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과 피로감이 극에 달한 분위기다. 총선에서 참패를 한 이후에도 이해할 수 없는 발언과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며, 윤 대통령은 앞으로도 통치 스타일이 바뀔 가능성이 없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정부 시절 문고리 3인방으로 불렸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 인물 중 하나인 정호성 비서관을 대통령실로 불러들인다는 뉴스는 눈을 의심케 했다.
윤 대통령 본인이 직접 특검에서 수사를 했고 구속도 시켰던 인물을 얼마나 능력이 뛰어난진 모르겠지만, 대통령실 비서관으로 다시 발탁한 것을 국민들이 얼마나 납득할지 미지수다.
인사가 만사라는 식상한 말을 하지 않더라도 윤 대통령의 측근 인사는 국민의 상식선에서 이해할 수 없는 결정 투성이다.
이런 상황에서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고, 윤 대통령 탄핵이 창당 목표인 조국혁신당 등 야권에서 향후 탄핵을 추진할 가능성은 더 커지고 있는 느낌이다.
보수 언론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과 비교하며, 자칫 탄핵으로 역풍이 불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한다. 그러나 개인적인 생각으론 윤 대통령 탄핵은 동정론을 불러일으킬 여지가 적을 것으로 본다.
가장 큰 이유는 22대 국회가 개원한 이후 올해나 내년에 탄핵을 추진하게 된다면 선거가 없는 기간이라 설령 역풍이 불더라도 야당에 리스크로 작용할 여지가 적다는 점이다.
노 전 대통령은 강력한 지지층을 기반으로 노풍을 타고 당선된 인물이라 탄핵 당시 지지층의 거센 반발이 있었다. 그러나 윤 대통령에게 그런 지지층이나 팬덤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노 전 대통령 탄핵의 경우 2004년 3월 12일 탄핵이 결정돼 같은 해 5월 14일 헌재가 기각결정을 내렸다. 노 전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기간은 2개월 정도인데, 이 기간 고건 총리가 대통령 직무를 대리했다. 고건 총리는 행정의 달인이란 별명이 있었던 만큼, 2개월 동안 정쟁이 없는 조용한 통치를 했던 기억이 난다.
이로 인해 고건 총리가 일약 대권 주자로 부상하기도 했다.
만약 연내에 탄핵이 추진돼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한덕수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할 것이고, 한 총리 성향이나 연륜상 조용하게 국정을 운영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국민들은 2~3개월가량 윤 대통령이 없는 기간을 경험하게 될 것인데, 과연 그 경험이 윤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 의문이다.
연이은 말실수와 인사 실패 등으로 국민들에게 피로감을 주고 있는 윤 대통령의 부재가 오히려 동정론보다는 레임덕 가속화에 무게를 실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윤 대통령이 없으니 조용하고 좋다'는 반응이 보수지지층에서까지 나오고, 대안이 될 수 있는 인물까지 여권에서 부상한다면 레임덕은 걷잡을 수 없이 가속화될 수 있다.
또 다른 시나리오는 이미 사임 의사를 밝힌 한덕수 총리를 대신해 새로운 총리를 임명한 이후 탄핵을 당하게 되는 상황이다.
이런 경우 새 총리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대권 주자로 빠르게 급부상할 여지도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성향상 실세 총리를 임명할 가능성이 낮고, 야당에서도 그런 총리를 동의해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처음 선거에 나와 바로 대통령에 당선돼 더 이상 퇴임 이후 정치적으로 후일을 기약할 필요가 없는 윤 대통령은 원래 성격까지 더해져, 앞으로도 태도를 바꾸지 않을 것 같다.
윤 대통령 탄핵과 그로 인한 직무정지 기간이 국민들에게 '오히려 더 좋다'는 쪽으로 작용한다면, 그 이후는 정치적 대혼란이 불가피할 것 같아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