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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쭝이쭝이 Jun 19. 2024

엔비디아 지금이라도 사야할까

전 세계 시총 1위지만 내가 못 사는 이유

"엔비디아 주식으로 요즘 정말 즐겁다. 내가 산 가격보다 3배 넘게 올랐는데 앞으로도 2배는 더 오를 거야."

약 3개월 전인 올 3월 중순쯤 예전부터 알고 지내는 60대 변호사 분이 저녁 자리에서 제게 한 말입니다.

그분은 반도체나 전자 산업과는 거리가 먼 분야에서 주로 업무를 하셨는데, 엔비디아라는 기업에 매료돼 지난해 주식을 사셨다고 했습니다.

엔비디아에 대한 그분의 확신에 찬 목소리를 듣고도 저는 '지금이 꼭지인 거 같은데...'라는 생각을 하며 저녁 자리를 나왔습니다.

그리고 3개월이 지난 현시점에서 보니 그분이 말한 시점의 가격보다도 2배까지는 아니지만 70%가량 가격이 올랐습니다. 그리고 엔비디아는 지난 18일(미국 현지시간)에 MS와 애플 등을 넘어 전 세계 시가총액 1위에 올라섰습니다. 1993년 창사한 엔비디아가 31년 만에 세계 최고 기업에 등극한 겁니다.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3조 3353억 달러로 한화로 환산하면 무려 4600조 원에 달합니다. 이는 우리나라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시총을 모두 합한 것보다 큰 액수입니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480조 원(보통주 기준) 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엔비디아가 삼성전자보다 시총이 10배에 이릅니다.

사실 엔비디아는 컴퓨터나 게이밍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매우 익숙한 기업입니다. 지포스라는 GPU를 활용한 그래픽카드를 만들었고, 게이밍 마니아들 사이에선 고사양 게임을 돌리기 위해 필수적인 제품이었기 때문입니다.

엔비디아가 AI 분야에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2010년대 초중반부터였습니다.

GPU는 인텔이 만들어낸 CPU와 달리 단순 계산을 저전력으로 아주 빠른 속도로 하는데 최적화된 반도체입니다. 이런 특징이 딥러닝이나 머신러닝 등 학습을 위해 단순 반복이 필요한 AI에 최적화돼 주목받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2010년대 중후반까지도 CES 등 세계적인 IT, 전자박람회 등에서 엔비디아를 주목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당시 대부분의 전문가는 GPU의 기술 수준을 높게 보지 않았고, 조만간 인텔이나 다른 글로벌 반도체 회사들이 GPU를 능가하는 AI에 최적화된 반도체를 개발할 것으로 봤기 때문입니다.

GPU는 AI 생태계 초기에 범용적으로 쓸만한 제품이지만, 본격적으로 AI 기술이 고도화되면 각 제품이나 알고리즘에 최적화된 반도체가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던 것입니다.

이런 이유 탓에 엔비디아 주가도 지지부진했고 옆으로만 기어간다고 해서 '횡보디아'란 별명이 붙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고 챗GPT가 세상에 충격을 주면서, 이를 구현해 낸 GPU는 어느덧 대체 불가능한 AI 미래 세상의 구원자로 급부상하게 됐습니다. 금방 나올 것이라던 GPU를 능가하는 AI 최적화 반도체도 10년 가까이 세월이 지나도록 별다른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6월 2일부터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렸던 '컴퓨텍스 2024'에선 전자 분야를 오래 취재했던 제겐 아주 생소한 광경이 벌어졌습니다. 국내 주요 언론들이 앞다퉈 컴퓨텍스 취재를 위해 대만으로 날아간 것입니다.

저도 2018년에 컴퓨텍스를 취재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당시에 국내에서 이 행사를 관심가지는 매체는 IT 전문지 정도였고, 대부분 컴퓨텍스 측에서 초청을 해 가는 형식이었습니다.

2018년 컴퓨텍스에선 우리나라의 '배틀그라운드'가 일으킨 PC게임 붐을 타고, 에이수스 등 대만 PC 업체들이 게이밍 PC와 노트북을 전시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게임 속 캐릭터 코스프레 복장을 한 여성 모델들이 행사장에서 맥주를 나눠줬던 것이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을 정도로 행사 자체가 주는 임팩트는 미약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컴퓨텍스에선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키노트 스피치에 나서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불과 작년까지도 상상할 수 없는 뜨거운 관심에 저도 놀랐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위대하고 유망한 기업인 엔비디아의 향후 주가 전망은 어떨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제가 엔비디아를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고, 젠슨 황 CEO도 과거 CES나 여러 행사에서 몇 번 마주친 적도 있었는데도 왜 엔비디아 주식을 지금도 사지 않아서 돈을 벌지 못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유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예전에 알고 지내던 투자 전문가분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너무 많이 알면 돈을 벌 수 없다. 종교를 믿거나, 주식으로 크게 벌려면 맹목적인 믿음이 필요하다."

제가 엔비디아에 대해 남들보다 많이 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엔비디아가 만들어내는 AI 반도체와 생태계가 이른바 '자아를 가진 AI'를 만들어낼 정도로 엄청난 기술을 선보일 것이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2016년 3월 구글 딥마인드가 이세돌 9단을 바둑으로 꺾고 엄청난 AI 붐이 일어난 직후 저는 수년간 AI와 관련된 많은 전문가를 만났고 취재를 했습니다.

가장 궁금한 점은 많은 매체와 투자 전문가들이 말하는 '인격을 가진 AI'가 과연 언제 등장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국내 한 기업에서 AI 연구를 30년 가까이 한 임원급 연구원은 이에 대해 "그냥 주기적으로 AI 붐이 일어날 뿐이다. 과거 기사를 찾아봐라 인간과 같은 AI가 곧 나타날 것이란 얘기는 끊임없이 반복돼 왔다. 그러나 그건 일종의 유행이고 붐일 뿐이다. 실제로 그런 AI는 우리가 죽기 전엔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영국에 취재를 갔을 때 만난 케임브리지 AI 센터의 교수는 "인간과 같은 AI가 언제쯤 가능할까"라는 질문에 "네버"라고 대답하기도 했습니다. 그 교수는 "인간은 신이 아니기 때문에 인간을 만들 수 없다"는 말로 설명을 했습니다. AI는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인간의 반응 등을 '이해'해서 적절한 피드백을 하는 것이지, '인격'을 가지고 사고하는 인간이 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어떤 사물이 '인격'을 가진다면 그 사물은 인간이고, 인간이 인간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은 최소한 수백 년 내에는 불가능하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수익화 측면에서도 과거 인터넷 붐이 일었을 때 인터넷 구현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각광받았지만, 결국은 인터넷 세상에선 서비스를 구현한 구글이나 페이스북, 유튜브 등이 수혜를 다 가져갔다는 점을 기억해봐야합니다.

AI를 통해 현재 돈을 벌고 있는 곳은 챗GPT같은 서비스 업체이고, 엔비디아는 이런 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는 하도급 개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AI도 결국은 기술 경쟁이 심화되면 인터넷처럼 무료화가 기본이 될 것이라 보는 편입니다. 4G 기술을 개발한 업체가 어디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그 기술로 스트리밍 혁신을 이뤄 돈을 번 것은 유튜브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엔비디아를 보면 불과 2~3년 전 테슬라를 보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테슬라도 전 세계가 전기차 세상이 올 것이란 기대감과 자율주행기술이 더해져 시총 1위를 노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더뎌진 전기차 수요와 불안정한 자율주행기술로 인한 사망 사고 등이 이어지며 현재는 고점 대비 주가가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져 있는 상황입니다.

앞으로 20~30년 내에 전기차 세상이 올 것이란 사실은 변함이 없고, 테슬라의 생산 능력이나 기술력은 과거보다 계속 향상되고 있지만 주가는 과거의 영광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엔비디아도 지금 엄청난 꿈에 부풀어 있습니다. 그 꿈에서 깨어나는 순간 주가는 아마도 엄청난 하락이 나타날 것입니다. 그리고 그 하락세에 많은 개미들이 "내가 원하던 가격이 드디어 왔다"라고 외치며 주식을 매수하러 나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최고점에서 한번 꺾인 주가는 다시 최고점을 경신하려면 엄청난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대부분의 기업은 최고점을 영원히 회복하지 못합니다. 한 국가가 전성기가 지나고 나면 중흥기는 있어도 최전성기가 다시 찾아오지 않는 것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엔비디아는 분명 좋은 기업입니다. 그러나 시총 4600조 원에서 더 주가가 올라갈 기업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엔비디아 주가가 훨씬 싼 가격일 때 매입해서 지금 큰돈을 번 분들은 참으로 축하할 일입니다. 하지만 지금 엔비디아를 사서 10~20배 주가가 오를 가능성보다는 테슬라와 같은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더 높아 보입니다.

왜냐하면 사상 최고점을 경신하는 주식은 개인은 계속 들고 가고 싶을지 몰라도, 큰 자금을 굴리는 기관들은 반드시 수익 실현을 하는 시점이 오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그들은 엔비디아 주식을 던져서 엄청난 수익을 실현할 명분이 생기길 기다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들 입장에선 계속 오르기만 해선 수익 실현이 어렵고, 주가가 떨어져야 다시 밑에서 사서 위로 올려볼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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