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나의 과거 기록
국민학교 때는 의무적으로 일기를 쓰고 선생님한테 검사를 받아야 해서 어쩔 수 없이 일기를 썼다. 그런데 그 일기에 내 생각을 솔직하게 썼더니 선생님한테 혼이 났고, 이후론 그냥 형식적으로 일기를 쓰곤 했다.
가장 크게 혼났던 일은 주말의 명화에서 본 '모자이크(제목은 정확하지 않다)'란 영화에 대해 쓴 일기 때문이었다. 국민학교 3~4학년 때 본 영화인데 주인공은 동성애자로 사회적으로 극심한 차별을 받았고, 동성애 자체를 처벌하는 당시 법에 맞서 법정 다툼을 하는 내용이었다. 그 영화를 보고 '차별은 나쁘다'는 취지로 일기를 썼다가 엄청 혼났던 기억이 난다.
중학교에 입학하고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자물쇠가 달린 일기장을 사서 일기를 썼다. 그런데 어느 날 집에 와보니 부모님이 자물쇠를 열고 내 일기를 검열하시곤 혼을 내셨다.
이런 일기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들, 누군가 볼 수 있다는 위험성 탓에 고등학교 이후론 군대에 가기 전까지 일기를 쓰지 않았다.
군대에선 수양록을 의무적으로 써야 할 때는 일기를 썼지만, 고참이 된 이후론 역시 쓰지 않았다. 모두 내 일기를 누군가 볼 수 있다는 리스크가 컸던 탓이다.
일기를 처음으로 솔직하게 쓴 건 싸이월드 다이어리가 생긴 이후부터다.
온라인상에 쓰는 일기라 내가 로그인을 해야 쓰거나 볼 수 있으니, 내 일기가 외부로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적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었다. 또 날짜별로 찾아보기도 쉽고, 손으로 쓰는 것보다 편리했다.
2004년 싸이월드를 시작해 싸이월드가 서비스를 유지하던 2016년까지 다이어리에 꾸준히 일기를 썼다.
싸이월드 다이어리를 보면 일기를 쓴 그날의 일들은 물론 기분이나 장면까지 다 떠올랐다.
하지만 싸이월드는 결국 영원하지 않았고, 내가 10년 넘게 써온 일기는 싸이월드의 몰락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내 기억들도 망각의 영역으로 사라져 버렸다.
온라인 서비스의 문제점은 그 회사가 망하면 내가 쌓아놓은 모든 기록들도 같이 사라져 버린다는 점이다. 브런치에 적고 있는 이 글도 언젠가 사라져 버리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