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변하던 20세기말
요즘은 아침을 늘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함께 시작한다. 아침은 안 먹어도 아아는 먹어야 하고, 한겨울에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날에도 아아는 절대 포기할 수 없다. 오죽하면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아메리카노)'란 말이 생겨났을까.
내가 처음 접한 커피는 동결커피와 프리마, 설탕을 각각 티스푼으로 넣어서 섞어마시던 '다방커피' 스타일의 커피였다. 국민학교 때 어떤 애들은 소풍이나 운동회 때 1.5L 페트병에 이 다방커피를 한가득 타서는 냉동실에서 꽁꽁 얼려 들고 와서 마시던 기억이 난다.
물론 우리 부모님은 어린이가 커피를 마시면 머리가 나빠진다고 못 마시게 하셨다. 그러나 당시 박카스와 커피는 어린 시절에 마셔보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드는 음료들이었다.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1990년대로 넘어오면서 믹스커피가 흔해졌고, 자판기 커피도 많이 마셨던 것 같다. 그리고 매일유업에서 출시한 '카페라떼'라는 신세계를 만난 것이 대략 내가 20살 때다.
카페라떼는 1997년에 출시됐는데 내가 처음 접한 건 같은 해 수능 시험이 끝나고 원서 쓰며 서울에 올라와 돌아다니던 때였던 거 같다.
우연히 편의점에서 사 먹었을 때 그 충격은 잊을 수가 없다. 지금까지 마셨던 믹스커피, 다방커피와는 완전히 다른 우유의 풍미와 고급스러운 단맛에 완전히 매료됐다.
당시 가격은 1000원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싼 가격은 아니었고 나름 고급화 전략의 제품이었다.
내가 대학을 갔던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지금처럼 에스프레소 머신을 이용해 아메리카노를 파는 테이크아웃 카페는 없었다.
대부분의 카페는 테이블에 전화가 있고 아메리카노가 있긴 했지만, 아일리시커피도 팔고, 파르페도 팔고 그런 카페들이었다. 카페에 앉아서 삐삐가 오면 테이블에 있는 전화로 삐삐에 남겨진 번호로 전화를 하는 식이었다.
이런 카페들이 1999~2001년 사이에 내가 군대를 다녀오면서 정말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2002년 월드컵 즈음에는 지금과 같은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추출하는 아메리카노를 파는 카페가 완전히 대세가 돼 버렸다.
스타벅스가 이대 앞에 1호점을 냈던 시기도 1999년이었고 할리스 등 1세대 테이크아웃 카페들이 급격히 성장한 것도 이 시기였다.
2000년대 중반에는 잠시 '캔모어'같이 생과일주스를 전문적으로 파는 곳들이 인기를 끌기도 했고, 2000년대 후반엔 스무디킹이나 망고식스 등의 브랜드가 유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테이크아웃 카페는 우리 일상 속에 깊게 뿌리내렸고, 나도 지금까지 매일 아아를 마시고 있다.
물론 취향은 다소 변해서 예전에는 카페라테나 스타벅스의 자바칩프라푸치노 등 우유나 당류가 들어간 음료를 꽤 자주 마셨는데, 대략 30대 중반 이후로는 단맛이 극도로 싫어지면서 아아나 아메리카노 외엔 거의 마시지 않는다.
물론 커피 전문가들이 얘기하길, 아아를 마시면서 커피맛을 논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라지만 그래도 나는 아아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