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저널리스트와 유튜브 전성시대
대학생 시절 방송국 PD를 꿈꿨던 적이 있다. 실제로 방송사 PD시험도 응시했고 면접도 봤지만 결국 뜻을 이루진 못했다. 지원 분야는 시사교양, 예능 쪽이었다.
당시 방송국 PD시험은 상식, 논술, 작문 등이 필기시험 과목이었는데, KBS 필기시험에서 VJ의 미래 전망과 역할 등에 대해 쓰라는 문제가 나왔던 기억이 난다.
'VJ(비디오저널리스트, Video Journalist) 특공대'는 내가 군 복무 중이던 2000년 5월부터 방송을 시작했는데, 휴가 때마다 VJ특공대에서 방송된 아이템들이 길거리에 넘쳐나곤 했다. 찜닭이나 1000원 한판 만두 등 수많은 외식 메뉴도 VJ특공대를 통해 히트 상품으로 떠올랐다.
VJ특공대에 소개되면 관련 상품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고, 프로그램의 영향력은 나날이 커져만 갔다. 이런 상황 속에서 KBS는 입사시험에서까지 VJ를 주제로 삼았던 듯하다.
2000년대 중반 VJ특공대가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고, KBS 입사시험에 출제됐을 때 나도 영상 콘텐츠 제작에 관심이 컸다. 그러나 VJ의 뚜렷한 한계로 생각되던 부분이 플랫폼의 한계였다. 당시 VJ는 방송국에 속한 계약직 직원이었고 급여도 낮고 자체 콘텐츠를 유통할 플랫폼도 방송사를 제외하곤 거의 없었다.
특히 VJ가 제작하는 영상의 퀄리티가 방송국 자체 제작 콘텐츠보다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투입할 수 있는 비용도 제한적이었다.
이런 여러 가지를 감안했을 때 VJ의 미래 전망과 역할은 제한적이란 게 내 생각이었다. 그렇게 글을 써서 결국 탈락하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VJ특공대가 2000년대를 주름잡았지만, 몰락의 시작은 아이러니하게도 4G 서비스의 시작과 유튜브의 부상이었다. 유튜버, 크리에이터, 인플루언서 등 VJ를 새롭게 부르는 다양한 이름이 등장했다. 이들은 자신의 콘텐츠를 직접 만들고 유튜브 등 새로운 온라인 플랫폼에서 유통을 시작했다.
국내 4G 서비스는 2011년 7월 1일부터 시작됐다. 3G에 비해 속도가 5배 이상 빠른 4G는 상용화 당시부터 통신 및 휴대전화 업계의 새로운 성장 모멘텀으로 주목받았다. 사실 4G 시대의 진정한 승자는 1인 미디어와 동영상 스트리밍이었다. 3G 환경에서 불가능했던 스마트폰 등 개인 장비를 활용한 실시간 방송 중계가 4G에선 가능해졌다. 또 끊김 없는 대용량·고화질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이뤄지면서 관련 시장이 폭발적으로 확대됐다.
VJ특공대에 대한 주목도는 이후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했고, 맛집 소개 프로그램으로 포맷을 바꾸더니 결국 2018년 9월 막을 내리고 말았다.
4G 시대 가장 눈부신 성장세를 기록한 업체는 구글이 2006년 인수한 세계 최대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YouTube)’다. 유튜브는 2005년 2월 설립됐고 이듬해 10월 구글이 16억 5000만 달러(약 1조 6000억 원)가 사들였다. 구글이 당시까지 추진한 M&A(인수합병) 중 최대 규모였다.
유튜브가 본격적인 성장세를 구가한 것은 4G 서비스를 만난 2011년 이후부터다.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2012년 7월 15일 공개 이후 불과 52일 만에 유튜브에서 1억 뷰를 넘어선 것도 4G의 끊김 없는 스트리밍 환경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제 어린이들의 장래 희망이 유튜버 일 정도로 인기 방송 진행자들은 엄청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유튜브가 설립된 해인 2005년부터 실시간 개인방송 서비스를 시작한 ‘아프리카TV’가 1인 미디어 플랫폼으로 4G 시대에 큰 성공을 거뒀다. 아프리카TV에선 BJ(Broadcasting Jockey)라 불리는 진행자가 실시간 스트리밍 방송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다. 코스닥에 상장된 아프리카TV의 주가는 4G서비스를 시작한 2011년 7월 1일 종가 기준 7250원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14배 가량 상승해 10만원을 넘나들고 있다. 코로나19 시기였던 2021년 11월 12일엔 장중 사상 최고가인 24만 91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 때 우리나라 트렌드를 선도했던 VJ특공대는 그 VJ들이 새로운 콘텐츠 유통 플랫폼과 송출 기술을 만나면서 기존 방송사엔 엄청난 타격을 입혔다.
미래는 이미 우리 곁에 와있지만 넓게 퍼져있지 않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