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일루미네이션'의 감동
파리여행 첫 일정을 디즈니랜드로 잡은 이유는 아이들에게 만족스러운 경험을 우선적으로 선물하고 싶어서였다. 10월 23일 파리에 도착해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짐을 풀고 저녁을 먹고 씻고 잠자리에 누우니 새벽 1시가 다 된 시간이었다. 한국에서부터 거의 20시간 이상 잠을 자지 않은 상태라 모두가 완전히 골아떨어졌다.
다음날 새벽 6시에 눈을 떠서 빵과 커피, 라면과 햇반 등으로 아침을 챙겨 먹고 우리 가족은 디즈니랜드로 가기 위해 오전 9시쯤 숙소를 나섰다.
숙소에서 지하철을 타고 디즈니랜드까지는 대략 40분 정도가 걸리는 거리. 열차를 기다리면서 배가 고플 때 먹으려고 플랫폼 가판대에서 파는 샌드위치와 물도 사서 챙겼다.
모든 짐들을 내 백팩에 넣고 다녀야 했기 때문에 어깨가 무척 아팠지만, 디즈니랜드로 간다는 설렘에 힘들 줄 몰랐다.
디즈니랜드행 지하철은 전광판에 미키마우스 표시가 돼 있어서 찾기가 쉬웠다. 2023년 5월에 오사카 여행을 하면서 '유니버설스튜디오'에 굉장한 만족을 했던 터라 테마파크의 대명사인 디즈니랜드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하지만 유니버설스튜디오의 경우 사전에 유튜브도 찾아보고 블로그, SNS도 많이 찾아보고 간데 비해, 디즈니랜드는 첫 일정이고 사전 정보도 많이 알아보지 않은 상태였다.
파리 디즈니랜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디즈니성이 있는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설스튜디오처럼 테마형 놀이기구가 몰려있는 디즈니스튜디오파크 등 2곳으로 이뤄져 있다.
보통 하루에 디즈니랜드를 방문할 때는 이들 2곳을 다 갈 수 있는 '1일 2 파크'를 선택해 예매를 한다. 우리도 1일 2 파크를 선택했다. 랜드와 파크를 입장할 때는 출입구에서 QR코드를 찍고 들어가는데, 1일 2 파크 입장권이면 양쪽을 하루동안 횟수제한 없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다.
우리는 일단 디즈니성을 보고 싶은 마음에 디즈니랜드 쪽으로 먼저 입장을 했다. 그런데 나중에 후기들을 살펴보면 어트랙션 위주로 돼 있는 파크를 먼저 가는 것을 추천하는 글들이 많았다. 실제로도 일단 파크부터 가서 대기시간이 짧을 때 어트랙션을 최대한 많이 타고, 이후에 퍼레이드 등을 볼 수 있는 디즈니랜드로 가서 사진도 찍고 하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다.
디즈니랜드는 디즈니성을 중심으로 사방에 다양한 어트랙션들이 구역별로 분산돼 있다.
그런데 디즈니랜드에서 어떤 기구를 탈지를 전혀 계획하지 않고 무작정 가다 보니 디즈니성에서 사진을 많이 찍은 뒤엔 위 지도에서 24번 구역의 회전목마나 115번 구역에 있는 일곱 난쟁이와 백설공주 어트렉션 등만 타고 성을 중심으로 오른쪽만 왔다 갔다 하고 말았다.
정작 가장 핵심적인 어트렉션이 몰려있는 56번 구역 쪽은 해가 진 다음 앞도 잘 보이지 않을 때 가서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우리가 방문한 계절은 가을이고 서머타임도 끝난 시점이라 저녁 7시가 넘으니 정말 깜깜했다. 그리고 조명도 워낙 어둡다 보니 56번 구역 쪽은 앞도 잘 보이지 않는 수준.
디즈니랜드에서 2~3시간 정도 시간을 보내다가 오후 12~1시 정도가 됐을 시점에 아이들은 배가 고프다고 아우성이었다.
디즈니랜드에서 스튜디오파크 쪽으로 가려면 출구로 나와서 다시 가야 하기 때문에 디즈니성 쪽에서 가려면 최소 15분 정도는 걸어가야 했다.
스튜디오파크는 오사카 유니버설스튜디오와 비슷한 느낌이었고, 스파이더맨이나 어벤저스 등 디즈니가 저작권을 갖고 있는 다양한 어트렉션들이 있었다.
디즈니랜드 내부의 삭당들은 기본적으로 무척 비쌌다. 뷔페식당으로 표시된 곳이 있어서 갔더니 4명이면 50만 원 이상 써야 할 듯해서 그냥 인스턴트 파스타와 샐러드 같은 것을 간단히 먹을 수 있는 푸드코트에 갔다.
그런데 이곳조차도 4명이서 10만 원 이상 써야 했다. 물도 당연히 사 먹어야 했고...
식비는 비쌌지만 스튜디오파크 쪽에는 시간대별로 스파이더맨이나 어벤저스 분장을 한 전문 배우들이 상황극 같은 것을 하는데 꽤 볼만했다.
어트렉션은 스파이더맨과 어벤저스, 라따뚜이 등을 탔는데, 개인적으론 스파이더맨이 가장 재미가 있었다. 오사카 유니버설스튜디오는 대기시간이 최소 1시간, 길면 2시간도 기다려서 너무 힘들었는데, 스튜디오파크는 짧으면 15분 길어도 40~50분이라 기다릴만했다.
스파이더맨은 유니버설스튜디오의 마리오카트와 비슷한 느낌인데 다른 점은 손으로 튕기는 포즈를 취하면 손에서 그물이 나가는 방식이라 더 실감이 난다는 점.
파리 디즈니랜드에만 있다는 라따뚜이는 주인공인 쥐의 시점에서 주방 안에서 도망 다니는 어트렉션인데, 기대를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는 애들 취향이었다. 또 상당히 어지러움증을 유발하는 스타일이라 개인적으론 그저 그랬다.
어벤저스 어트렉션은 대기시간이 10~15분으로 무척 짧았는데, 애들은 더 이상 어지러운 어트렉션을 타고 싶지 않다고 해서 내가 애들일 보고 아내 혼자 타고 왔다. 아내의 표현으론 "정말 속도감 있고 오늘 탄 것 중 최고"라고 했다.
오후 5시 퍼레이드를 보려고 파크에서 랜드로 넘어왔는데, 이날은 핼로윈데이가 얼마 남지 않아 핼로윈 테마의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퍼레이드를 보려고 상당수는 1시간 전부터 양쪽 인도에 앉아있었는데, 우리는 시작 20분 정도에 자리를 잡았다.
나중에 퍼레이드가 시작하면 어차피 모두가 일어서서 보기 때문에 굳이 미리 자리를 잡고 있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퍼레이드 시작하면 메인 도로는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가급적 자신이 보고 싶은 자리에 미리 가서 서있는 게 좋을듯했다.
미키마우스와 그 친구들이 춤을 추고 다양한 퍼포먼스도 보여줘 즐거운 볼거리였다. 그러나 '정말 최고'라고 얘기할 정도인진 모르겠다. 40대 아저씨 입장에선 '그냥 볼만하다' 정도.
저녁 식사는 디즈니랜드와 스튜디오파크 사이에 외부에 있는 디즈니빌리지에서 했다. 디즈니빌리지에는 스타벅스나 파이브가이즈, 맥도널드 등 다양한 프랜차이즈가 있고, 가격도 랜드나 파크 내부 식당보다는 저렴하고 자리도 널찍해서 식사를 한다면 이곳을 추천한다.
파이브가이즈의 경우엔 빌리지 외부로 나가야 하지만 재입장할 때 짐검사만 한번 다시 하면 되기 때문에 파이브가이즈를 많이 추천하고, 우리 가족도 그곳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그리고 이날의 최고 하이라이트 '일루미네이션'. 밤 11시에 시작을 하는데 10분 전인 10시 50분부터 전초전 격으로 시작이 되고 11시부터는 디즈니의 다양한 애니메이션과 주제가들이 디즈니성에 환상적으로 비친다.
정말 감동적이었고 보다고 눈물이 나기도 할 정도였다.
다만 일루미네이션이 끝나고 모든 관람객들이 일시에 지하철로 몰리기 때문에 파리 시내로 돌아가는 길은 정말 지옥철이었다. 아이들은 자리가 없어서 복도에 쭈그리고 앉아 40~50분간 꾸벅꾸벅 졸면서 힘들어했다.
이렇게 파리여행의 첫날밤이 저물어갔다. 숙소에 도착하니 어느덧 또 새벽 1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