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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쭝이쭝이 Nov 16. 2024

파리 도착과 첫 '에어비앤비'

짐 싸기부터 짐 풀기까지

파리 여행 출발 이틀 전부터 본격적인 짐 싸기에 돌입했다. 그동안 우리 4인 가족 여행에서 캐리어는 늘 2개씩만 쌌지만, 이번엔 그 2배인 무려 4개.

올 8월 마카오 여행에서 신혼여행 이후 10년 넘게 써왔던 캐리어가 손잡이가 부서져 못쓰게 돼 새 캐리어를 2개 사야 했다. 1개는 아내 짐, 1개는 내 짐, 1개는 아이들 짐, 나머지 1개는 비상식량.

아이들 데리고 4명이서 파리를 다녀온 지인이 "파리는 물가가 비싸니 라면과 밥, 김 등을 많이 싸가야 한다"라고 하길래 햇반과 라면, 김, 볶음김치 등을 캐리어 하나에 가득 담았다.

인터넷 글들을 찾아보니 음식류는 쇠고기가 들어가면 안 된다고 해서, 라면조차도 비건으로 싸간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진라면 순한 맛, 이른바 '진순'만 먹는 우리 딸의 식성상 다른 라면을 챙기는 건 불가능했기에 '걸리면 걸리는 거고'란 마음으로 그냥 진라면 순한 맛을 5개 들이 3봉지, 육개장 사발면 1박스, 진라면 순한 맛 컵라면 1박스까지 빼곡하게 챙겨 넣었다.

파리행 비행기가 오전 10시 30분 출발이라 당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애들을 챙겨 6시 30분쯤 인천공항으로 출발하려고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캐리어 4개를 끌고 내려갔다. 그런데 아뿔싸. 한 번도 캐리어 2개 넘게 트렁크에 넣어본 적이 없었는데, 3개까지만 들어가고 나머지 1개는 들어갈 공간이 없었다.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뒷좌석 중간에 세워놓는 방식으로 겨우 욱여넣고 출발할 수 있었다.

서울의 서부권에 살고 있어 인천공항까지는 1시간이 안 걸려 도착할 수 있었다. 오전 7시 30분쯤 공항에 도착해 간단히 커피와 편의점 삼각김밥으로 아침 식사를 해결하고, 짐을 부치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비행기 탑승 전에 가장 걱정이 됐던 부분은 아이들이 과연 13시간이 넘게 이코노미 좌석에 잘 앉아있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다. 이전까지 해외여행에서 가장 오래 비행기를 탔던 시간이 5~6시간 정도였다. 태국 방콕을 갈 때도 아이들이 지루함과 불편함에 몸서리를 쳤던 경험이 있어, 많이 신경이 쓰였던 부분이다.

하지만 다행히 아이들 둘 다 스크린으로 영화나 만화를 보고, 잠도 자면서 생각보다는 별 탈 없이 이코노미 좌석에서 13시간을 잘 견뎌냈다. 다만, 딸아이는 기내식이 맛이 없다며 거의 먹지 않긴 했다.

예전에는 출장 갈 때 미주 노선이나 유럽 노선을 타면 기내식 먹는 즐거움이 크긴 했는데, 최근엔 기내식이 예전만 못하다는 생각이 자주 들고 있다. 아시아나의 경우 기내식이 대한항공보다 맛있다는 평가를 받던 시절도 있었는데, 지금은 확실히 이전보다 맛과 질이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기내에서 더이상 컵라면을 안준다는 점도 아내는 무척 아쉬워했다. 한때 비행기에서 먹는 라면은 성공의 상징같은 느낌이랄까 ^^;

오전 10시 30분에 비행기를 탔기 때문에 기내에서 잠도 오지 않았다. 결국 파리에 도착할 때까지 거의 잠을 자지 않았고, 듄2 파트1,2 등 영화만 5~6편 보면서 멍한 상태로 비행기에서 내렸다.

입국 심사는 매우 간단히 질문 없이 바로 여권에 도장찍어주고 나올 수 있었다. 짐을 찾는데 옷이 담긴 캐리어 3개는 곧바로 나왔는데, 음식을 넣은 마지막 캐리어가 계속 안나와서 '혹시 뭐 문제 있나' 싶었지만 다행히 무사히 챙겨 나올 수 있었다.

파리 샤를드골공항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나비고패스'를 사는 일. 1인당 30유로씩 4명이 120유로를 내고 일주일권을 샀다. 나비고패스는 무슨 요일에 사더라도 월~일요일 기준이기 때문에 도착한 날이 수요일이라 4일만 쓸 수 있었지만, 시내로 들어가야 하고 다음날 디즈니랜드도 가야 해서 무제한권으로 구매했다.

아내가 계속 "나비고패스는 사진을 꼭 붙여야한다"고 강조하며 나비고패스를 사자마자 사진을 붙이자고 했지만, 그럴 기운도 의지도 없어 그냥 일단 타자고 했는데 다행히 사진을 검사하는 사람은 없었다.(나중에 안 일이지만 사진 안 붙이면 벌금이 쎄고 실제로 여행객 중에 걸리는 경우도 꽤 많다고 한다)

샤를드골공항에서 우리 첫 에어비앤비 숙소가 있는 마레지구까지는 지하철로 40여분이 걸렸다. 숙소 근처에 있는 'Chatelet les halles'역에 도착하니 저녁 8시 정도였다.

지하철을 타고 가는 내내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알려준 비대면으로 체크인하는 방법을 아내와 함께 고심했다. 대면으로 체크인하면 추가 비용을 내야했는데 한국돈으로 5만원 정도로 비쌌다. 그래서 비대면을 선택했고 호스트가 사진으로 설명해 주고 영상까지 보내주긴 했지만, 한 번도 에어비앤비를 이용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괜히 걱정이 됐다.

숙소 근처에 도착하니 해가 져서 어두워지다 보니 비대면 체크인에 대한 긴장감도 높아졌다. 일단 숙소 입구를 찾는데도 한참을 헤매야 했다. 다행히 숙소 입구를 찾은 이후로는 어렵지 않게 숙소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문제가 하나 더 남아있었다. 바로 4개나 가져온 캐리어를 2층 방까지 옮기는 일.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강조하고 또 강조한 부분이 '엘리베이터에 절대 2명 이상 타지 말 것, 짐도 사람 1명과 짐 1개씩만'이었다. 안 그러면 엘리베이터가 고장날 수 있고 고장나면 수리 비용까지 물어야한다고...

캐리어 4개를 4번에 걸쳐서 엘리베이터로 옮기는 일이 상당히 번거로웠지만, 파리 숙소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안도감에 힘든 생각을 덜 수 있었다.

아내는 파리에서의 첫 저녁식사를 밖에 나가서 먹기를 원했지만, 이미 밤 9시가 넘었고 식당을 찾을 기운도 없었던 터라 가까운 마트에서 간단한 음식들을 사 와 먹기로 합의를 봤다.

그렇게 인생 첫 에어비앤비에서 한국에서 가져온 라면을 끓이고 파리 마트에서 산 냉동피자와 소시지, 와인을 차려놓고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일찍 디즈니랜드로 향해야 했기에 다들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바라본 창밖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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