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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쭝이쭝이 Dec 20. 2017

소 뒷걸음질 치다 쥐 잡은 첫 투자②

SK하이닉스, 초우량주는 과거 데이터에 집착하지 마라

주식을 처음 시작하면 보통 두 가지 방법론에 대해 주변에서 많이 듣는다.

첫 번째는 소위 블루칩이라 불리는 우량주를 사서 장기 투자를 하는 워런 버핏식 '가치투자'.

두 번째는 수급에 따른 차트 분석을 통해 기술적 매매를 하는 '단기 투자'

개미들이 많이 보는 증권 방송에 나오는 전문가라 불리는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방식은 대부분 두 번째 차트 분석이다. 사실 누구나 다 아는 주식을 사서 장기 보유하라는 식의 조언은 별로 감흥이 오지 않는다.

따라서 주식 전문가들 입장에선 '손님'을 모으기 위해 대중이 잘 모르는 종목을 추천하고, 기술적 분석을 통해 주가 흐름을 예측해야 '실력 있는 전문가'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차트 분석을 단기간에 공부할 자신도 없었고 서점에 가서 책을 읽어보니. 그림은 차트고 글자는 설명인 건 알겠지만 당최 이해를 할 수 없어. 일단 그쪽은 포기하고 가치투자에 방점을 두기로 했다.

올 연초에 반도체 경기가 살아난다는 뉴스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었다.

보통 주식 초보들은 복잡한 증권사 주식앱보다는 간편한 네이버 주식 정보를 자주 보게 되는데. 나는 늘 네이버 주식 정보를 보면서 의문인 점이 하나 있었다.

10년 주기로 설정해 주식을 보면. 어떤 주식이건 바닥이 있으면 상승이 나온다. 특히 우량주는 계속 하향하는 주식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러면 결국 '바닥이라고 생각할 때 사서 상승에 팔면 되지 않을까'란 생각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나는 이 생각에 근거해 시가총액 2위이면서 메모리 반도체 회사인 SK하이닉스 주식을 사기로 마음을 먹었다. 삼성전자는 내가 주식을 처음 시작하려던 올해 2~3월에도 이미 주당 가격이 200만 원에 근접해 있어서 쉽게 사기 어려웠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주당 가격이 4만 원대로 투자 접근성이 높은 편이었고 지난해 이후 주가 흐름을 볼 때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또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메모리 값도 뛰고 있어서 괜찮은 주식이란 판단이 섰다.

나는 오랜 고민 끝에 3월 중반 4만 8000원에 100주를 매입했다.

하지만 실제 내 돈을 넣어 주식을 매수해보니 매일 오르는 주식이 없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불과 한 달을 보유하는 동안 주가는 4만 6000원선까지 밀리기도 했다. 몇십만 원 마이너스가 나는 주식 창을 보고 있으니 조바심이 나기도 했다. 하락장에 장사가 없고 내 돈이 마이너스가 되는데도 버티려면 종목에 대한 공부와 자기 확신이 필수적이란 사실도 그때는 몰랐다.

내가 처음 계획한 매도 가격은 5만 4000원이었다. 왜냐하면 그 이전까지 SK하이닉스의 10년 최고 주가가 5만 4900원이었기 때문이다. 그 이상 오를 것이란 예상을 하기엔 내가 주식 초보였고 반도체 업황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았다.

결국 한 달을 겨우 버텨 4월 말 정확히 5만 4000원에 100주를 전량 매도해 60만 원을 벌었다.

 첫 시작부터 수익을 내고 나니 주식이 참 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게 내 패착이 될 줄이야...

잘 팔았다고 생각한 SK하이닉스 주식은 12월 20일 종가 기준 8만 100원이다.

쓸데없는 가정이지만 내가 반도체 주에 대해 제대로 이해를 하고 100주를 지금까지 보유했다면. 60만 원이 아니라 321만 원을 벌었을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역대 최대 실적 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작년 대비 두 배가 넘게 뛰었다. 비트코인 열풍으로 예상치 못한 채굴기 수요까지 겹치며 SK하이닉스가 주력하고 있는 D램 수요는 예측치를 훨씬 웃돌고 있다.

SK하이닉스가 D램 시장 2위이고 메모리 업황이 사상 최고라는 점을 알았더라면 결과는 어땠을까.

결론은 알아도 의미가 없었다. 몇 달 뒤 나는 SK하이닉스가 8만 원을 찍고 다시 큰 조정국면에 돌입해 6만 7000원에 재매수할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매수 후 1주일 정도 지난 어느 날 아침, 잠시 화장실 다녀온 사이 6만 8000원에 매도를 걸어 둔 게 팔려버렸다. 그리고 그 시점부터 9만 원 직전까지 폭주기관차처럼 치고 올라간 주가를 보며 나는 방정맞은 손을 탓하며 못 아쉬워했더랬다...

첫 투자의 교훈은 하나다. 주식은 책으로 공부하지 말고 일단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종목을 500만 원 정도 투자금으로 한번 사봐야 한다. 실제 내 돈이 들어가야 그때부터 뇌가 활성화되며 투자 세포가 돌기 시작한다. 공부는 매매 기법 습득이 목적이 아니다. 내가 산 종목의 사업보고서를 꼼꼼하게 읽어보고 관련 분야 시장 전망에 대한 기사와 증권사 리포트를 읽어보는 게 중요하다.

내가 교회를 다니기로 했는데. 성경을 읽지 않는다면 진정한 종교인이 될 수 있을까. 종교는 경전이 주식은 사업보고서가 공부의 시작이고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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