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아이에게
아이,
내 발 둔치에 작은 세상이 잔뜩 웅크려 있다
고개 숙인 그 여린 등이 자꾸만 들썩인다
추적추적 내리던 무언의 빗줄기는
길 잃은 머리칼로 굽은 등줄기로 세차게 퍼붓는다
아이야,
그제야 이름 없는 아이의 얼굴을 가만히 불러본다
힘이 센 눈물은
내 목소리를 그리고 아이의 날개뼈를 잘게 부수어댄다
이 기백은 얼마나 오래된 것일까
동나지 않은 슬픔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나는 아이를 부르고 부르고 목 놓아 외쳐 부르다
시리도록 마른 품을 열어 와락 서로를 안는다
얼기설기 부둥켜 주저앉은 그림자는
꺼이꺼이 처절한 하모니를 토해낸다
아이여, 나는 너에게로 가리
너는 나에게로 오라
그 빗방울들을 저벅저벅 나에게로 흘려보내라
온 힘껏 끌어안으리
그러면 너는 나의 세상이 되고,
나는 너의 마중물이 되리라
나의 깊고 깊은 곳에서
어제와 오늘과 내일을 두고두고 넘치도록 퍼 내리라
이제 우리는 강이 되어 바다가 되어 하늘의 물이 되어 흘러가리
고개 든 너와 나 사이에 뽀얀 구름이,
네 뺨처럼 참으로 샛붉은 해가 발그레 미소 짓는다
우리의 젖은 온몸
스멀스멀 고요한 아지랑이 피어오르고
햇살이 내려앉은 나의 어깻죽지 위로
푸릇한 작은 싹 솟아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