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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한 달 Oct 18. 2024

보좌(保佐)의 날개

내면의 아이에게

아이,

내 발 둔치에 작은 세상이 잔뜩 웅크려 있다

고개 숙인 그 여린 등이 자꾸만 들썩인다

추적추적 내리던 무언의 빗줄기는

길 잃은 머리칼로 굽은 등줄기로 세차게 퍼붓는다


아이야,

그제야 이름 없는 아이의 얼굴을 가만히 불러본다

힘이 센 눈물은

내 목소리를 그리고 아이의 날개뼈를 잘게 부수어댄다


이 기백은 얼마나 오래된 것일까

동나지 않은 슬픔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나는 아이를 부르고 부르고 목 놓아 외쳐 부르다

시리도록 마른 품을 열어 와락 서로를 안는다

얼기설기 부둥켜 주저앉은 그림자는

꺼이꺼이 처절한 하모니를 토해낸다


아이여, 나는 너에게로 가리

너는 나에게로 오라

그 빗방울들을 저벅저벅 나에게로 흘려보내라

온 힘껏 끌어안으리


그러면 너는 나의 세상이 되고,

나는 너의 마중물이 되리라

나의 깊고 깊은 곳에서

어제와 오늘과 내일을 두고두고 넘치도록 퍼 내리라

이제 우리는 강이 되어 바다가 되어 하늘의 물이 되어 흘러가리


고개 든 너와 나 사이에 뽀얀 구름이,

네 뺨처럼 참으로 샛붉은 해가 발그레 미소 짓는다


우리의 젖은 온몸

스멀스멀 고요한 아지랑이 피어오르고


햇살이 내려앉은 나의 어깻죽지 위로

푸릇한 작은 싹 솟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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