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받은 동영상으로 아이의 우렁찬 울음소리를 여러 차례 들었다. 산부인과에서 외부인 출입금지가 방침이라니 보고 싶어도 가지 못하고 카톡 사진만 기다린다.
밤에도 진동으로 돌리지 않고 대기한 지 2일 차다. 친정집에서 아침을 맞고 밤새 무슨 소식이 왔나 궁금해 폰을 먼저 확인한다.
아침을 먹고 동생이 밴드에 올라온 사진을 다운로드하려 하니까 안 된단다. 우리 손주 출생을 식구들에게 알려 주려고 한다길래 첫 울음소리 동영상과 사진을 보내줬다. 오빠도 동생도 아기 울음소리 동영상을 거듭 돌려본다. 조용한 시골집에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니 참 듣기 좋은 노랫소리같다. 외삼촌들은 별관심 없으려니 해서 우리 자매들 단톡방에만 공유했었는데 관심은 같다.
오후 1시면 신생아실 소독시간이라며 산모방으로 데리고 나온단다. 그때 사진도 보내주고 영상통화를 해주겠단다. 어머니와 함께 산책을 나갔다가 서둘러 들어와서 영상통화를 기다렸다. 20분이 지나도 소식이 없어서 내가 문자를 보냈다.
사진이 바로 들어온다. 첫날과 달리 아기가 야무져졌고 콧대가 선명하고 머리카락도 까만 것이 사랑스럽다.
이어 영상통화의 기쁨을 마련해 준다. 모든 것이 신기하다. 나도 할머니로서 첫 경험이라 신기하기만 하다.
초보 아빠엄마가 아이를 안지 못해 헤매는 모습이 안타까워 당장 달려 가고 싶다. 전화를 끊고 한참 있으니 아이를 돌보는 동영상이 들어왔다.
아빠가 조심조심 아이를 세워서 안은 동영상을 보고 깜짝 놀라서 바로 전화했다. 신생아는 유경험자인 할머니가 안는 요령 등을 알려 주며 돌봐줘야 하는데 갈 수 없어 안타까운 순간이다.
아들은 신생아실로 들어갔는데 아무 말 없으니 괜찮나 보단다. 아이에게 이상 증후가 있을 정도는 아닌데 괜히 겁부터 줬나 보다. 옆에서는 며느리가 안사돈과 통화 중이란다. 아마도 거기도 불안하게 아기 안은 동영상이 간 모양이다. 안사돈도 당장 달려와서 도와주고 싶은 심정이리라. 사전에 아이 안는 요령을 알려줬어야 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부모와 함께한 시간 내내 아기는 잠만 잤단다. 간호사가 분유를 먹이라고 했는데 잠을 못 깨워서 못 먹였단다. 신생아실 간호사가 작은아기를 건드려 깨우는 것을 보니 확실히 다르더란다. 아이를 톡톡 두드려 깨우니까 움직이더니 우유도 빨았다며 신기해하는 우리 아들. 신생아를 케어할 줄 모르니 어설픈 육아의 시작은 두려움까지 함께 하고 있는 것 같다.
아기를 신생아실로 보내고 산모 케어 하느라 애쓴다. 병실 소파에서 큰 몸집을 누이고 휴식을 취하는 사진을 보냈다.
전날 늦게 퇴근하여 잠도 늦게 자서 한두 시간 자고 나왔다니 아직도 피곤할 것 같다. 늘 밝은 음성과 말로 소식을 전하는 아들이 듬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