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교류

리안 출생신고

by 황점숙

아침 일찍 운동을 시작했다. 아파트 정원에도 꽃이 활짝 핀 아름다운 봄날이다. 정원에 꽃을 보면서 그 위에 우리 리한의 얼굴을 그려본다. 오늘도 잘 자고 있겠지. 조리원에서 잠을 잘 잔다니 말이다. 산모의 생활이 바뀔 날이다. 산부인과에서 조리원으로 이동할 날인데 이런저런 것이 내 일상 계획을 앞서 생각난다. 강사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아들이 출생신고를 했다며 주민등록등본을 보내준다.


세 명의 이름이 나란히 적혔다. 어제 작명하고 오늘 출생신고까지 하니 아이는 이제 국민의 한 사람으로 등재되었다. '축 *리안의 탄생'이라는 하트 인장이 찍혀있다. 서류를 보니 눈에 띄는 것이 한자 이름이다. 가운데 글자가 모두 '임금 왕'변 같은 부수로 모였다. 옥편을 다시 펴서 보니 글자 세 개가 앞뒤 페이지에 몰려 있어서 깊은 뜻을 알 수 있게 사진으로 찍어서 며느리에게 보냈다. 엄마가 찾은 공통점이라며 함께 웃자는 의미이지만.

할머니인 나도 스마트폰 프로필을 정리했다. 딸의 결혼식 날짜를 카운트하고 있었는데 벌써 64일이 지났단다. 그 날짜를 지우고 리안이 생일을 시작일로 새로운 일정을 만드니 +4일이란다. 아들며느리는 아기 사진을 올려놨다. 손주를 둔 할머니들의 프사가 공통적이다. 나도 올려볼까 생각 중이다.

우리 아기가 출산 예정일 보다 일찍 태어났다. 예정일에 대한 특이함도 있어서 신기했다. 벌써 1주년이 되는 결혼식 날이 출산예정일이라고 해서 이렇게 날짜가 일치하기도 하는구나 싶었고 식구들 기념일이 겹치겠다 싶었는데 아이가 3주를 먼저 태어났다. 산부인과 진료 중에 아이가 빨리 성장한다고 산모에게 음식조절을 요청했다고 하더니 아이가 빨리 태어날 준비를 미리 했던 모양이다. 건강하게 태어났는데 만 9개월에서 하루가 모자라서 조산아 특혜를 받게 되었단다. 앞으로 병원 진료를 받을 때 진료비 50% 혜택이란다. 새로운 출산정책을 알았다.


아이가 부모에게 오는 시각에 산모가 마사지를 받으러 가는 시간과 겹친다. 아들이 아기와 영상 통화를 하면서 함께 사진을 찍어 준다고 표정을 잘해 보란다. 카메라 각도를 잡으면서 표정을 정리하고 눈을 크게 떠봤다. 영상을 보느라 내 눈이 감긴 것 같이 보여서 더 눈에 힘을 줘 치켜올렸다. 꽃 같은 손주와 함께 화면에 찍히는 거니까 욕심을 냈다는 게 진심이다.

아들이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이 안정적이다. 체험에서 터득하는 것이 진리이다. 어제는 인형을 들고 아기 안는 자세를 시범 보여줬었다. 나 역시 이론으로 할 때보다 인형을 왼손에 올리고 가슴으로 끌어당기니까 오른손으로 바뀌는 것을 미처 몰랐다. 아무튼 머리와 목 몸이 아빠의 팔에서 올라오게 안으라고 했다. 우유도 제법 먹었다고 우유병을 들고 보여준다.


어제는 아들이 오랜만에 사업장으로 출근을 했다가 병원으로 돌아왔단다. 애쓰는 간호실에 먹거리를 넣어 주며 아이가 한쪽으로만 눕는 것에 신경을 써달라고 했단다. 우리 아들이 워낙 한쪽으로만 잠을 자서 짱구머리가 되어 나의 크나큰 고민거리였다. 지금도 아들 뒤퉁수가 비뚤어져서 그 징크를 극복하려는 우리의 다짐을 표출한 것이다.


나흘째 부모와 아이는 일치가 되어 간다. 그들이 느끼는 행복이 내게도 전달되어 하루하루가 꿈 같이 흐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초보시절은 재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