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한의 닷새 날
오르락거리던 기온이 이제 더워지려나 후덥지근하다. 오늘 일기예보가 비소식을 알렸나 싶어 날씨 검색을 하고 집을 나섰다. 나의 생각 초점은 온통 산모와 아이 소식에 맞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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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조리원 호실이다. 며느리 이름과 생후 5일 된 아들의 이름이 함께 입구에 꽂혔다. 신기하다. 우리는 조리원 세대가 아니라 사진으로 전해지는 실내가 궁금해 구석구석 눈여겨봐진다. 산모와 아이가 편하게 지낼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이제 아들은 퇴소를 해서 일상으로 복귀했다. 커피를 여러 잔 포장해서 사진 찍어 올렸다. 그동안 빠졌던 운동을 하러 가면서 한 턱 낼 거란다. 내게 좋은 일이 있으면 자랑하고 싶고 이럴 때 한 턱 쏘는 것이 꿀맛일 것이다.
생후 D+05 달력을 머리맡에 두고 찍은 우리 아기의 사진이 도착한다. 이제는 아빠의 도움 없이 엄마가 혼자 리한을 돌보고 있는 시간이다. 조리원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어제와 또 다른 오늘이 되어 긴장하고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이는 엄마가 제일 잘 돌보게 되는데 이것도 본능에서 나오니까 크게 걱정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아이가 황달이 있다는 전갈에 살짝 걱정이 된다. 신생아 때는 거의 보이는 증상이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일까 궁금하다.
조리원을 3주 동안 있을 예정이라더니 기간을 줄였단다. 조리원 측의 권유가 결정의 요인이 된 것 같다. 조리원에 산모를 위한 프로그램이 있는데 2주가 지나면 재 반복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아이를 낳았을 때도 세 이레를 꼽았다. 그때쯤이면 산모가 일상을 소화해도 되는 시기라고 했었다. 달력을 보니 꼭 그 기간이다. 그때 퇴소하는 날 우리가 리한이를 안아 볼 수 있는 날이다. 또한 할머니들이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는 날이기도 하다.
집으로 오는 아이를 보러 양가 조부모들이 모일 예정이다. 그리고 외할머니께서 1주일 산모조리를 해 주시기로 했다. 그리고 이 할머니도 1주일을 돌봐 줄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으니 감사한 일이다. 그런데 1주일을 꼬박 채워서 도울 형편이 아니라 주말 끼고 4일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에는 산모도우미를 부를 예정이란다.
카스에 올린 사진을 선배가 단톡에 옮겨놔서 축하메시지가 줄을 이었다. 아이의 탄생은 축하받을 일이니 기분이 좋아진다. 작년 결혼식을 했던 아들 가정임을 기억하는 선후배들의 칭찬과 격려가 내 어깨를 덩실거리게 하는 걸 보니 서로 엉켜 사는 세상이 즐겁다.
아이와 함께하는 활동을 12년째 하고 있으니 아이 돌보는 것이 낯설지 않아 그 시간을 어떻게 조화롭게 보낼 것인지를 궁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