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새 날 아이는
조리원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리한 같아서 가봤더니 역시나 울고 있더란다. 우유병을 물리니 바로 그쳤다니 잘 먹고 있는 것 같다. 기막힌 엄마의 촉이 발동되었다.
생후 D+6을 옆에 둔 아이의 사진
오늘도 자는 모습이다. 우리 가족들이 언제 리한이 눈 뜬 모습을 볼 수 있냐는 듯 은근히 궁금해한다. 아이를 키우고 아이세상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올바른 정보를 전달할 수 없다. 그러니 검색엔진을 돌렸다. 역시 풍부한 검색창에는 최근 산모의 블로그가 떠 있다. 이걸 전달할까 하다가 참았다. 나보다 더 검색에 단련된 젊은이들 아닌가. 벌써 각자 정보를 얻어 기다리는 중일 것이다.
하루를 달리듯 바쁘게 보낸 날이다. 아침 일찍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한편 발행하고 9시 30분 한글교실 수업을 위해 출발했다. 1시간 수업을 진행하고 11시 학교운영위원회의에 참석하러 갔다. 오후 일정이 두 가지가 기다리고 있으니 시간과 체력 조절이 필요한 날이다. 햇볕이 따갑다. 자동차 없이 이동하는 거리는 온통 봄꽃이 화려하다. 가방 속에 넣었던 파라솔을 꺼내 햇볕을 가리고 보폭을 늘린다. 오늘은 30도까지 올라갈 거라는 예보를 들어서 옷을 가볍게 입었는데도 바삐 움직이니까 머릿속이 촉촉하다. 회의 시간에 5분 정도 늦을 것 같아서 전화를 드렸다. 회의실로 들어서니 전원 참석으로 성원되어 인사말이 진행 중이었다. 시간을 못 지킨 이유는 한글수업 시간을 1시간 당겨 진행했는데 병원에 가느라 못 오신다는 분과 연락이 닿지 않아 착오가 생겨서이다. 수업을 끝내고 나오는데 그분이 오시는 것이다. 죄송한 맘에 다시 기관으로 들어가 담당자에게 경위를 설명하고 어르신을 부탁하고 오느라 5분이 지체되었다.
다음 일정을 위해 맘이 바쁘다. 안건이 많아서 회의가 늦어져 점심을 사양하니 이구동성으로 끌어당겨준다. 더 사양을 않고 따라나섰다. 회의 후의 정담이 구성원들과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준다.
오후 2시 박물관대학 강의를 들으러 갔다. 문화재에 대한 혜안이 열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집중하며 들었다. 두 시간의 강의가 끝나고 비로소 1시간의 여유가 생겼다. 박물관 뜨락에서 봄햇살을 받으며 연둣빛 향연에 젖어들었다. 어깨를 맞댄 친구와 사는 얘기를 하는 짧은 만남이 알찬 휴식이 되었다.
다시 일터를 향해 걸어가는 사이 아들과 통화를 했다. 조리원에서 나오는 날 식사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양가 부모를 부른 아들도 꽤 고민스러운 시간이 될 것 같다. 결론은 집에서 음식 냄새를 풍긴다는 것과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식사를 하는 것이 힘들 것 같으니 외식을 하자며 권했다. 처음 내 생각도 전날 올라간 내가 식사를 준비할 생각이었는데 조금 전에 만난 친구의 조언이 내 계획을 바꿔줬던 것이다.
저녁 8시 30분 내가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는 시각이다. 3시간 여 살피지 못한 전화를 열어보니 며느리 문자가 있다. '8시 30분까지 아기가 있으니 영상 통화 하시겠어요?' 지금이 31분, 1분이 지났다. 황급히 전화를 해서 아기가 신생아실로 갔냐고 물었다. 아직 데리고 있다는 말에 바로 영상통화를 했다. 나의 퇴근을 책임지는 남편에게 아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신호등을 달리며 건넜다. 곧 차를 타니 전화를 끊지 말라는 당부까지 하면서 서둘러 차에 올랐다. 남편을 보여주니 '리한아'하고 부른다. 아이는 소리가 들리는 듯 인상을 쓰며 살짝 움직인다. 오늘도 우리 아이는 여전히 잠자는 모습이다. 오늘은 아이가 두 번 엄마 곁으로 온 모양이다. 설소대 수술을 받았단다. 이것에 대한 상식이 없어서 그것도 검색엔진으로 알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