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 꽃 닮은 노란 들꽃이 바람에 흔들린다. 예초기를 들고 다가가는 남편에게 꽃은 남겨두라고 부탁했다. 꽃을 비켜가며 작업을 했지만 끝내 몇 줄기가 꺾였다. 마침 비어있는 생수통에 물을 조금 채우고 뒹구는 들꽃을 모아 꽂았다. 남편은 물을 마시러 와서 꽃을 만지고 있는 내게 이름이 뭐냐고 묻는다. 노란빛이 고와서 주워 모았을 뿐 이름은 모르는 꽃이다.
추석맞이의 시작은 벌초이다. 올해도 남편은 며칠 전부터 예초기를 점검하며 혼자 벌초 갈 준비를 했다. 경기도에 살고 있는 동생이 오겠다는 걸 혼자 하겠다고 오지마라고 했단다.
남편은 나이 탓에 차를 주차하고 예초기를 메고 묘지까지 가는 길부터 가쁜 숨을 쉰다. 매번 다음 해에는 동생이랑 불러서 벌초를 하겠다고 말한다. 그런데 막상 때가 되면 또 혼자 기계를 점검하고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사 온다. 혼자 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매번 따라나선 게 여러 해이다.
일을 시작하기 전 산소에 고할 술과 우리가 마실 얼음물과 간식거리를 챙겨 동행한다. 남편이 앞서가며 허리춤까지 자란 풀을 치며 길을 다듬으면 나는 뒤를 따른다. 우리가 이런 모습으로 함께 살아온 것이 사십 년이 되어 간다. 수시로 앞길 닦는 것을 무관심해하는 그에게 잔소리도 퍽하며 살았는데…. 어깨가 많이 좁아진 뒷모습에도 고달픈 세월의 흔적이 짙다.
두 달 전쯤 벌초를 했건만 여름풀의 위력은 놀랍다. 벌초작업을 시작하기 전 모습을 사진 찍어 놓는 것도 내가 하는 일이다. 먼 곳에서 맘을 보태고 있을 남매들에게 보여줄 자료이다. 산소 주변 풀을 깎으면 나도 본격적으로 바빠진다. 갈퀴를 들고 널브러진 풀을 긁어모아 묘지 밖으로 내던진다.
봄이면 이파리 몇 잎 나풀거리던 쑥이 몇 달 만에 고춧대만큼 솟구쳐 있다. 봉분 위에 자리 잡은 쑥을 한 움큼 잡고 힘껏 뽑아낸다. 조금이라도 번식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자니 몇 번째 엉덩방아를 찧었다. 따가운 햇볕에 흐르는 땀을 식히려 잠시 노란 꽃 옆에 앉아서 쉬었다. 봄에 피는 개나리처럼 샛노란 빛깔의 꽃이 묘지의 삭막함을 달래준다. 들깨만 한 꽃들이 모여 아이 손바닥만큼 씩 한 송이를 이루었다. 저 아래 여린 가지를 흔드는 쑥부쟁이도 보인다.
허허벌판에서 자란 풀꽃이 이름이 있겠냐고 대답하면서 꽃 검색을 해봤다. '마타리'일 확률이 99%란다. 이렇게 예쁜 이름이 있을 줄이야! 나물도 해 먹고 약재로도 쓰인다며 다양한 효능까지 나열되었다. 게시된 글을 더 읽어보니 황순원의 소나기에 나오는 들꽃이란다. 이제야 마타리를 알게 되다니….
요즘 또 다른 이름 ‘브런치’를 알아가는 중이다. 아침과 점심 사이에 먹는 식사를 일컫는 다는데 요즘 의외로 글 창작하는 쪽에서 많이 만난다. 가끔 SNS로 ‘브런치’ 작가의 글이 전달되었다. 한 주에 한 번씩 오는 편지 같아 반갑게 읽었다. 몇 편의 글은 감동을 주었고, 때로는 예상치 못한 분야에 대한 알 거리가 제공되었다. 카톡으로 '브런치'의 메시지를 처음 받은 게 언제부터인지는 분명하게 기억할 수 없다.
며칠 전 브런치 작가를 모집한다는 문자가 들어왔다. 요즈음은 웹을 통한 글쓰기가 대세인지라 슬그머니 호기심이 일었다. 브런치가 뭘까 알기 위해 검색을 해보니 작가로 응모했던 경험자의 글이 보인다. 몇 편을 읽고 브런치를 찾아 들어갔다. 여기저기 탐색하고 내친김에 나도 작가 응모까지 했다. 이튿날 선정되었다는 반가운 메일이 왔다. 아직 서툰 이용방법을 알기 위해 홈에 들어가니 브런치 앱을 다운로드하라는 안내가 뜬다. 앱스토어를 열기 전에 내 폰 화면을 확인하니 이미 브런치 앱이 깔려있다. 언제 설치했는지 기억은 없는데 무척 반갑다. 바로 열고 탐색을 시작했다. 휴대폰 작은 화면이 불편해 컴퓨터를 켜고 브런치 로그인을 하고 기능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어디서든 초보는 어렵다. 글쓰기 창을 멋지게 꾸밀 수 있다는데 맘대로 안 된다. 카페 창 꾸미기도 해 봤는데 생소해서 한참 매달려서 글쓰기 방법을 찾았다. 내 컴퓨터에 저장된 글 몇 편을 올렸다. ‘00님이 라이킷 했습니다.’ 알림이 이어진다. 이번에는 라이킷 단어가 생소하다. 단어 검색을 해보니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는 것과 같단다. 낯설기만 한 인터넷 공간과 친해지기 위해 매일 앱을 열고 탐색 중이다.
오늘 난 마타리를 라이킷 했다. 일을 끝내고 떠나는 우리 부부에게 마타리와 쑥부쟁이가 몸짓으로 배웅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