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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지석 May 09. 2019

#6. 군대와 가라문화

부끄럽지만 공론화시켜야 될 문화

문화란 무엇인가? 

포털사이트 네이버 백과사전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한 사회의 개인이나 인간 집단이 자연을 변화시켜온 물질적·정신적 과정의 산물"

쉽게 말해 한 집단이 과거로부터 이뤄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군대는 규모가 작을 뿐 사람과 사람들이 모여 지내는 또 하나의 사회다. 그 속에서 과거 선배들부터 이어 내려온 문화가 있다. 그건 군대식 가라문화다.


가라란 무엇인가?

일본어에서 유래되었다는 말이 있지만 정확한 유래는 불확실하다. 가짜의 의미를 담고 있지만 포괄적으로 다양하게 가라친다라는 동사로 쓰이고 있다. 

군대에서는 각종 훈련, 행정처리, 작업 등에서 '했다 치는 식'의 행위를 포괄하여 지칭하고 있다. 반대어는 FM(Field Manual)이라는 용어가 있다.


군 복무를 하면서 가장 효율이 떨어지는 일은 불필요한 행정처리라고 생각한다. 외부에선 계급이 대위에 직책이 중대장이면 별 업무 없이 편하게 있을 거라도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현실은 대대장과 소대장 사이에 낀 중간 관리자일 뿐이었다.


수없이 많은 비효율적인 행정업무가 있었지만 그중 가장 가라를 많이 쳤던 건 사이버보안진단의 날이었다. 내가 있던 부대는 갑작스럽게 업무를 지시하는 것도 있었지만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벌여 놓고 해야 되는 일이 많았다. 우선순위를 따져 중요도가 낮은 업무들은 가라치기로 과감히 배제되었다. 


사이버보안진단의 날은 군대에 비밀문서와 보안장비들을 한 달에 한번 제대로 점검하고 확인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는 날이다. 보안교육과 비밀들을 실 셈 하면서 서명하는 날이다. 하지만 한 달에 한번 있는 날이니 다른 훈련 일정이나 추진해야 되는 작업 등에 우선순위가 밀리기 일 쑤였다.


대표적인 가라가 보안교육이었다. 모여서 사진만 찍고 끝나던가 아니면 전에 찍어둔 다른 교육 사진으로 대체해서 보고서에 활용했다. 그리고 남은 시간은 다른 훈련 준비나 작업시간에 할애했다.

가라를 치면서 양심의 가책은 느끼지만 이상하게 다른 업무를 끝내는 모습에 시간을 잘 할애했다는 칭찬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또 하나는 감사나눔시간이다. 일부 부대에서 감사나눔시간을 만들어 5감사 노트를 작성하게 하는데 마치 초등학교 때 담임선생님이 일기장을 검사하는 것 같았다.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감사가 아닌 남 보여주기 식 형식적인 감사를 나누었다.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감사를 강요하다니 그게 가능한지 의문이 들 때도 있었다.




안타깝지만 가라는 이제 군대의 대표적인 문화가 되어버렸다.

군 선배의 일원으로서 문화를 개선하지 못하고 잘못된 문화에 타협하고 순응했던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다. 물론 사회에 나와서도 일부 가라문화를 겪었지만 융통성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진 않았다. 이처럼 FM과 가라문화 속에서 타협점을 찾아 군이 부끄러운 이미지를 탈피했으면 하는 꼰대의 바람이다.


안정지향이 사람과 조직을 부패시킨다.  -니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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