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물린 두 개의 벤젠고리_두 번째

스네이크바이트

by 사단화

그가 그렇게까지 말을 더듬은 것은 주 5일, 매일 오후 시간부터 새벽 시간까지 한 달 정도를 함께 일을 하면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 순간, A 막걸릿집 전체에 퍼져있던 기름 냄새가 마치 꿀을 가득 머금은 꽃향기로 변했다.

“네. 좋아요.”

나는 여전히 작은 목소리로 ‘좋다’고 표현했고, 이내 그에게 인간적인 귀여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렇게 자신감 있던 사람이 ‘회식’이라는 어려운 표현의 섬을 찾아 방랑하는 과정이 나를 더 녹아내리게 했다.

“회식 가요. 우리.”

그날따라 아르바이트 시간은 누군가 장난치듯 끝이 보이지 않았다. 꽃향기가 천천히 그 자취를 감추고, 새로운 향기로 바뀌어 갈 때쯤 아르바이트는 겨우 끝이 보였다.

“선배, 이제 마감만 하면 되네요. 사장님은 먼저 퇴근하셨고.”

그는 정리하고, 문을 잠그고, 오픈 팻말을 클로즈로 바꾸고, 보안카드를 찍으면서 일의 마무리를 알렸다.

“자 이제, 해방이에요. 업무는 끝났어요. 누나.”

“누나…?”

나는 당황했다. 그가 누나라고 부르는 건 처음이었다. 차가운 새벽 공기가 나를 한 대 찰싹하고 때렸다.

“가요. 누나. 당황하게 해서 미안해요. 그렇게 불러도 되죠? 퇴근도 했는데.”

“아…, 그럼요. 좋아요.”

그가 내 손목을 잡고 끌고 간 것은 아니었으나, 내 마음은 이미 그에게 끌려가고 있었다. 그가 ‘괜찮다’고 한 H 바에 도착했다. 막상 들어오고 보니 괜찮다는 표현 따위는 H 바에 너무 미안한 것이었다. 입구부터 조용하고, 2미터 정도의 큰 LED 나무가 우리를 반기고, 적당한 조도에 약간의 오묘한 분위기. 무엇보다도 바 내부의 노래가 보사노바 리듬으로 편곡된 팝송들. 나의 취향이었다.

“와…. 너무 좋아요. 해일 씨.”

나는 바 내부를 살피며 그와 눈도 못 마주치고, 얘기했다.

“그죠? 여기 분위기가 너무 좋아요. 꼭 누나랑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데리고 와줘서 고마워요.”

“저야말로!”

그리고 우리는 말이 없었다. 그렇게 몇십 초쯤 흘렀을까. 긴 공백을 깬 것은 그였다.

“아, 배고프잖아요. 일 끝나서, 여기 분위기는 이런 데 웃기게도 핫도그가 유명해요. 바에서 핫도그라 아이러니한데, 칵테일에 은근히 잘 어울리더라고요.”

“네? 핫도그요?”

“네! 핫도그요. 한 번 믿어봐요.”

그리고 그는 주문했다. 익숙하게. 사실 나는 칵테일에 대해 전혀 아는 게 없었다. 그래서 그가 알아서 해주길 바랐다.

“뭐, 칵테일도 제가 시킬게요. 자주 먹는 게 있어요. 맥주랑 섞는 칵테일이라, 핫도그에도 잘 어울려요. 스네이크바이트(snakebite)라고 일반적인 칵테일이라 오히려 평범한 바에서는 잘 팔진 않아요. 사이다랑 맥주를 섞는 거거든요. 근데, 여기는 뭘 넣는지 단순한 사이다 느낌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이름도 특제 스네이크바이트인가 싶어요. 아, 그리고 맥주도 독일제를 쓴다고 들었어요.”

그는 메뉴판을 가리키며 얘기했다. 마치 그가 나의 마음을 읽은듯하여 한 편으로는 마음이 편했으나, 또 다른 편으로는 부끄럽기도 했다.

“좋아요. 저도 해일 씨 먹는 거면 같이 먹는 게 좋아요.”

“여기요. 저희 특제 스네이크바이트 2잔이랑 크라우트(kraut)베이컨 2개 주세요.”

유난히도 그는 ‘특제’라는 발음을 강조했고, 금방 음식이 준비됐다. 나는 크라우트가 무슨 말인지 몰랐으나,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아, 시은 누나 핫도그 좋아하는지 안 물어봤네.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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