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어를 키운다 3

돈을 모으자 중봉아.

by 사단화

월급은 통장을 스쳐 지나간다. 바람과 같은 존재라 오래 머물며 쾌적함을 선물하진 않는다. 들어옴과 동시에 나가는 놈들, 유속이 빠른 개천에서 내 손 틈 새로 빠져나가는 물처럼 또 고속도로 위 휴게소처럼 아주 잠깐 쉬었다가 간다.


'머무를 줄 아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라는 말이 있지만(사실 내가 만들어낸 말) 그들은 머무를 줄 모른다. 방랑벽이 도져도 한참 도졌다. 그런데 나는 미련이 남아 어떻게든 잡고 싶지만 떠나갈 이유만 더 만들었다.



기다리다.



참 오래도 기다렸다. 소개팅이 잡히고, 첫 연락을 하고 처음으로 얼굴을 보게 되는 날까지의 기다림처럼 시간은 흐르지 않았고, 멍하게 물만 쳐다보았다. 여과기가 열심히 물을 빨아들이고 내뿜고 있었다. 그냥 물 펌프질만 몇 주를 봤다고 하는 것이 옳겠다. 그렇게 전기세(+근무태만)를 실컷 루팡 하면서 때를 기다렸다. 그러다 어느 글을 만났다.


"친구야, 물잡이의 기본은 박테리아를 잘 살게끔 하는 거라 물만 그대로 두면 안 되고, 똥을 싸는 물고기를 조금 넣어야 박테리아가 잘 생겨. 그래야 물이 잡히지. 그런 애들을 '특공대'라고 불러."


이 사람은 친절하게도 특공대의 존재를 알려주었다. 물잡이는 결국 생물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인데, 아직 덜 잡힌 물에 건강한 생물을 조금 투여하여 스스로 버티면서 물을 잡게끔 하라는 것이었다. 인도적 차원에서 이게 가능한가. 아직 살기 어려운 환경에 인위적으로 물고기를 넣어서 잘 살 수 있게 만들라니.


나는 홈X러스로 바로 뛰었다. 물고기를 넣기 위해.

그리고 꼬리가 펴져있으며 활발히 움직이는 암컷 개체를 분양을 받고, 사무실로 뛰었다. 조심스럽게 온도를 맞춰주고, 기존 어항 물을 조금씩 부어서 몇 시간 뒤 어항에 물고기를 처음 넣었다. 아주 샛노란 암컷 구피였다. 이름도 모르고, 건강해 보여서 그냥 데려온 친구, 특공대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목숨을 걸 친구였다.

나는 눈이 그렇게 좋지 못하다. 양안 1.2이니, 물속 안 미생물까지 볼 수 없다. 그리고 눈으로는 물의 PH니, 질산염 정도니를 구분할 수 없다. 그래서 지금도 그 친구한테는 매우 미안하게 생각한다. 아무것도 확인하지 못하고 초보자가 열심히 인터넷을 참고하여 만들어 놓은 물. 사실 내 눈에는 처음 받아뒀던 수돗물과 큰 차이가 없었다.



안녕 노랑아



참 작명센스하고는 내가 생각해도 기가 막힌다. 직관적이며 간결하고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게끔 지었다. '노랭이', 감각이 이 정도이니 물고기를 엄청 잘 기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 노랭이가 어항에 투입되고 하루가 지나자 움직임이 차분해졌다. 살 수 있는 환경이라 판단되어 열심히 먹이도 줬다. 신기하게도 먹이를 너무 잘 먹었다. 나도 밥만 잘 먹으면 누가 예뻐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 아이의 움직임을 계속 구경했다. 그리고 다른 개체들도 넣을 수 있겠다는 확신에 찼다. 똑같은 노란 구피로 두 마리를 더 분양받았다. 온도를 맞추고 물을 맞추고 어항에 입수시켰다.

또 인터넷의 한 선배님께서 물고리를 암컷 둘에, 수컷 하나가 제일 좋은 비율이라 했다. 암컷이 더 적으면 수컷이 너무 쫓아다녀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그래서 암컷 한 마리와 수컷 한 마리를 데리고 왔다. 사실 그 수컷이 조금은 부러웠다. 최대한 부러움을 숨기기 위해 수컷의 이름을 사자라고 지었다. 밀림의 왕처럼 의자왕처럼 살라는 의미에서, 이 정도면 충분히 내 부러움이 감춰졌겠지.

역시, 한 마리가 있던 곳보다 세 마리가 들어가 있으니 무언가 더 어항 같았다. 그래, 나는 물을 보려고 물을 채워둔 게 아니라 물고리를 보려고 물을 채웠던 것이다!

어항의 시간은 참으로 더디게 간다. 시간과 정신의 방이라는 표현이 딱 알맞다. 군대의 2년처럼 하루, 하루의 시간은 매우 천천히 흐르고, 물고기를 멍하니 쳐다보는 시간만 빠르게 흘렀다. 내가 생각해도 이쯤 되면 근무태만이 맞다. 저를 더, 더 혼내주세요. 사장님

물고기도 생기고, 부자가 된 것만 같은 기분(아직도 그런 기분만 있다. 돈은 없다.)으로 물고기를 보는 게 하나의 낙이 되었다. 또 몇 주가 흐르고, 어항에는 평화가 찾아왔다.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도 않았고 물고기들은 편안히 밥을 먹고 잘 헤엄쳤고, 나에게 좋은 멍 때리기 시간을 선물했다.



발단, 전개를 지나 위기



어느 날 제대로 된 환수법을 숙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아직 깨닫지 못했을 때, 몇 번의 환수를 거친 사자의 꼬리가 점점 접히는 것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아픈 것인지도 몰랐는데 사자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다니는 모습을 보아, 물이 잘못되었다고 말을 해주는 것만 같았다. 이럴 땐 익숙한 인터넷 검색으로 증상부터 확인했고, 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암컷보다 수컷이 더 약하다고도 했다. 주변에는 다X소와 홈X러스뿐이고, 그 흔한 수족관이며 동물병원도 없으니 치료는 나에게 맡겼다.

인터넷은 얘기했다. 소금욕이 정답이라고. 삼투압으로 물고기 내에 있는 독소를 빼는 작업은 한다 했다. 소금을 구해야 했고, 또 홈X러스를 갔다. 이쯤 되면, 홈플러스 VIP 시켜줘야 한다. 맛소금, 소금, 천일염 등 다양하게 소금을 팔고 있었다. 맛소금을 사서 나도 좀 먹을까 싶었지만,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신안천일염을 사서 복귀 후 바로 소금욕을 준비했다. 에어레이션을 따로 해줘야 좋다는 말에 기포기와 콩돌을 또 별도로 사서 들어왔다. 그리고, 꼬리에 좋다는 약을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기생충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다른 형태의 밥으로 약밥을 만들라고도 해서, 밥을 또 샀다. 물에 푸는 가루약도 샀다. 통장은 나날이 비어갔다. 그래도 괜찮았다. 아이들만 살찌고 건강할 수 있다면야, 내가 술을 덜 마시지.

소금욕의 효과는 꽤나 괜찮았다. 꼬리가 펴지고, 도리도리 하는 현상도 없어졌다. 하지만 또 본 어항에 투입하면 꼬리가 살짝살짝씩 접혔다. 이 말인즉슨 바로 환수를 준비하기 위해 물을 별도로 받고, 정확한 환수법에 대해 여러 가지로 알아봤다. 그날 밤 집에 돌아와서 사자는 잘 살 수 있을까, 고민을 수 없이 하게 되었다.


그래, 평온하면 소설이 뭔 재미야ㅜ.ㅜ


- 4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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