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어를 키운다 4

죽음과 탄생

by 사단화

인생지사 생로병사라고 했던가. 단순히 사람만이 그러할까. 내 생각은 영 그렇지 않다. 모든 생명이 살고, 늙고 병들어 죽게 된다. 물고기 또한 그렇다. 열심히 움직여 먹이를 찾아 유영하는 대부분의 물고기 그림자 뒤편에는 아픈 물고기가 있다. 나의 눈길은 보통의 것이 아닌 연약한 것에 간다. 아픈 손가락은 늘 그렇듯 미운 오리 새끼다.



묻다.



묻다^3 ; [동사] 무엇을 밝히거나 알아내기 위하여 상대편의 대답이나 설명을 요구하는 내용으로 말하다.

묻다^2 ; [동사] 물건을 흙이나 다른 물건 속에 넣어 보이지 않게 쌓아 덮다.


소금욕은 무적이 아니었다. 사실 물고기에게 가장 치명적인 것은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이다. 아무리 소금욕을 다른 통에 기존 어항 물로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분리된 통에 물의 양은 상대적으로 엄청나게 적었고, 에어컨에 의해 온도는 금세 떨어졌다. 그리고 얼마간 소금욕을 끝내고 다시 본 어항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또다시 온도 맞댐을 통해 적응을 시켜줘야 했다. 치료할 수 있는 설비가 미약함에 한탄만 나올 뿐이었다. 고민은 결과를 바꾸지 못했다. 사자는 라이언킹이 되기 전, 구피 세상을 지배하기 전에 세상을 떴다.

묻고 싶었다. 이유가 뭔지, 명확한 답은 없었다. 우리가 세팅한 물이 안 좋아서 그랬을 거고, 마트 수족관 상태가 좋지 못했을 것이라고 짐작만 할 뿐이다. 핑계와 공부가 필요했다. 그래서 묻었다. 회사 뒷마당, 삽과 죽은 아이를 들고 그곳에 묻었다. 단순히 몇 천 원을 잃어버린 기분이 아니었다. 핫도그 한 개를 사 먹는 것과 차원이 달랐다. 엄연히 생명이었다. 그래서 최대한 묻었다. 마당에도 다른 곳에도.



결국 예방이 중요하더라.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은 단순히 이해의 차원을 넘어 공감을 통한 위로의 차원이 된다. 그리고 학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물고기 특히 구피를 키우는 사람들은 그들의 아픈 경험을 인터넷 상으로 남기며 나에게 마음으로 얘기했다.


"그런 경험을 저도 했습니다. 마음이 많이 안 좋으시겠어요."

"그리고 천연성분으로 된 약들이 있어요. 본 어항에 바로 투입해도 다른 생명체들이 타격을 안 입어요. 천연성분이니까요."


월급은 일시적이지만 카드는 영원했다. 또 긁었다. 다른 불상사는 없어야 했다. 동시에 검역에 대해 알게 되었다. 많은 물 생활하시는 분들은 수족관의 물상태에 의구심을 품고 있었다. 충분히 그럴 것이 수족관은 판매를 목적으로 과밀 단체 축양을 한다. 개인분양도 마찬가지다. 분양하는 사람과 분양받는 사람, 서로를 안 믿는다. 그래서 수족관 물과 가정 우리 어항의 물을 섞지 않으며 더 나아가 본 어항에 투입하기 전에 검역이란 것을 한다.

검역은 쉽다. 돈을 쓰면 된다. 물고기 전용 검역 약품을 사서 분양받은 물고기를 본 어항 투입 전 약품을 풀고 일정 시간을 기다리면서 물맞댐을 동시에 하면 된다. 그렇게 되면 물고기들이 걸리는 많은 병들을 예방할 수 있고, 혹시나 분양받은 개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병이 있다면 다른 물고기들에게 전염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래서 또 카드 결제를 위해 핸드폰에 내 지문을 가져다 댔다. 뭐 어쩌겠어. 이미 시작해버린 것을.



산파



의료기술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은 불과 100여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여성에게 임신과 출산은 단순히 아이를 낳는다는 데에 그치지 않았다. 산모와 아이의 생존이 걸린 인생의 갈림길과 같은 순간이었을 것이다. 아이의 위치가 잘못되거나 출산하기에 충분한 에너지가 없다는 것은 곧 모두의 죽음으로 연결되기 쉬웠다. 그래서 산파가 필요했다. 인생 짬을 많이 잡수시고, 수많은 아이를 받은 산파야 말로 인류 보전에 큰 기여를 한 분일 것이다.

구피는 난태성 송사리과의 물고기이다. 많은 사람들은 물고기는 암컷 산란하고, 수컷 물고기는 그곳에 정자를 뿌려서 수정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일부 물고기들은 암컷 내부에서 모든 작업이 이뤄나 새끼를 낳는 경우도 있다. 구피가 그렇다. 새끼를 낳는다. 보통 한 번에 수 십 마리를 낳는다. 그리고 우리 어항에서도 그 경이로움은 그대로 펼쳐졌다.

물고기에 대해 공부하고 어항을 사기까지 한 달, 어항을 세팅하고 물 잡는 기간 거의 한 달, 처음 물잡이 물고기가 들어오고 또 다른 생물이 들어와서 어항이 완성되는데 걸리는 시간 2주. 초기에 적응을 못하고 사자가 떠나가고 몇 주가 더 흐른 여름의 초입, 6월 말에 기적이 펼쳐졌다. 몸이 아주 샛노란 색이어서 '노랭이'란 이름이 붙었던 친구가 항문에서 똥과 비슷한 걸 낳는 것이 보였다. 똥은 수류에 맞게 흘러 다니다가 땅으로 가라앉는 것이 보편적인데 이 놈은 중력을 받다가 갑자기 하늘로 치솟았다. 적어도 똥이 아니라고 직감하였고, 생명임을 알아차렸다.

잠시, 얼마 전에 안 사실인데 구피는 카니발리즘이 있다고 했다. 어미는 갓난 새끼를 잡아먹는다. 일단 물고기는 지 입에 한 입에 들어갈 것이면 웬만해서는 입에 넣고 본다고 했다. 그래서 지 새끼들도 입에 넣는다. 자연 상태에서는 수초와 돌이 많아 새끼들이 먹히면서도 꽤 많은 개체들이 숨어 지내면서 살아갈 수 있는데 어항에서는 숨을 데가 많지 않다. 더군다나 처음 한 어항 세팅이므로 수초를 넉넉하지 심지 못했다. 이래저래 알아보더라도 수초를 키우기 위해서는 조명과 이산화탄소가 필요하다는데 조명은 전기를 잘 알지 못해 걱정되었고, 이산화탄소는 겁나 비쌌다. 그나마 빛과 이산화탄소를 그다지 필요로 하지 않는 음성수초가 있어서 몇 가닥 심었으나 몇 가닥일 뿐이었다. 사실 수초가 물고기보다 더 비쌌다.

결국 산파가 나서야 했다. 자기 새끼를 단 한 번도 낳아본 적 없는 우리는 초보 산파가 되기로 마음먹고 다X소로 향했다. 구피의 갓난 새끼를 치어라고 하는데 치어를 받기 위해서는 치어통이 필요했고, 추후 격리시켜서 키울 망이 있어야 했다. 그래서 둘 다 샀다. 다X소니깐(절대 결코 가격이 싸서이다). 주변에 수족관도 없으니까. 치어통의 경우 어미가 새끼를 낳으면 치어는 바닥으로 떨어지는 습성이 있다. 그래서 어미 아래 있는 좁은 틈의 통으로 미끄러져 내려가고, 어머는 그곳을 통과하지 못해 치어를 건드리지 못한다. 써보니깐 그렇더라. 아주 효과는 뛰어났다. 그런데 문제는 치어라고 해도 너무 빨빨거려서 어미가 있는 위쪽으로 올라가는 게 문제다.

그리고 2일~3일에 걸친 출산이 끝났다. 이제 치어통에 있는 어미가 문제가 없으면 본 어항으로 바로 투입하면 되는 것이었는데 노랭이가 건강하지 않았다. 배가 엄청나게 말라있었다. 암컷이라면 알집 때문에 아랫배가 두둑해야 하는데 아랫배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먹을 것도 먹지 않았다. 몇몇 정보를 뒤져본 결과 알집이 같이 빠지는 경우나 초산일 경우 에너지가 너무 소비되어 그렇다고 했다. 처방법으로는 에어레이션을 가미한 소금욕을 하면서 브라인 슈림프를 물에 풀어 자연적으로 급여를 해야 했다. 우리에게는 다른 어항도 브라인슈림프도 기포발생기도, 콩돌도 없었다. 그래서 급한 대로 또 다X소로 갔다. 기포발생기와 콩돌을 사서 바로 소금욕을 세팅해주었다. 또 있는 거라고는 지퍼백뿐이라 기존 어항물 넣고, 산소공급을 한 지퍼백을 어항에 담가서 온도를 맞췄다. 그리고 치어통을 빼고 치어망에 치어들을 옮겨주었다.

이쯤에서 고백하면 산파는 우리가 아니고, 이 치어통과 치어망일 것이다. 사실 치어를 살려준 것은 치어통이지만, 어미를 살려야 하는 것은 우리의 노력이었다. 아파서 시름대는 노랭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기도뿐이었다. 다음 날 출근하자마자 어미의 상태를 확인했다. 죽어있었다. 물고기를 들이고 맞는 두 번째 죽음, 피할 길이 없었다. 그러나 그뿐이 아니었다. 가장 마음이 아팠던 것은 알배가 빠져 다 죽어가는 상황에서도 치어를 한 마디를 더 낳고 치어와 같이 죽어 있었다. 치어는 사후 부패해 온몸이 하얗게 변해있으면서도 눈은 새까맣게 있어서 그 죽음이 더 도드라져 보였다. 또다시 뒤 마당을 찾았다. 함께 소금물에서 죽음을 맞이한 그들을 땅 속 깊숙한 곳에 묻었다.


그래도 함께라서 다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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