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10월
다카마쓰에는 이사무 노구치 가든 뮤지엄이 있다. 뉴욕의 노구치 뮤지엄이 참으로 좋아서 다카마쓰에서도 가보고 싶었는데, 여기는 화, 목, 토에 가이드 투어로만 둘러볼 수 있어서 아쉽게도 우리 이번 일정 중에는 가볼 수가 없었다.
오늘은 나오시마 섬을 둘러보기로 했다. 몇 해 전 어느 잡지에서 베네세 하우스에 대한 글을 보고서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다카마쓰행 티켓을 끊고 나서도 나오시마가 바로 앞에 있는지 몰랐다. 뭐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세상 일이란 이렇게 돌아가는가 보다. 바라고 원하는 일은 언젠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일이 그렇게 원하는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늘 그랬듯 미리 알아보는 일은 하지 않았고, 그래서 사람들이 나오시마에서 가장 먼저 들르는 지추 미술관은 전 시간대 예약 마감으로 갈 수 없었다.
그래도 선미가 미리 페리와 전기 자전거는 알아본 덕분에 걱정 없이 하루를 보냈다.
비록 지추 미술관은 이번에 못 가게 되었지만, 이우환 미술관 하나만으로도 나오시마 섬에 들를 가치는 충분했다. 나오시마라는 자연과 노출 콘크리트 양식과 작품들이 삼각형의 꼭짓점을 이루어 서로의 균형 있는 관계를 완성시켜주었다.
히로시 스기모토 미술관은 딱히 감흥이 있지는 않았지만, 말차/센차와 화과자를 제공해 줘서 바다를 바라보며 여유롭게 앉아있을 수 있는 것은 좋았다. 돈을 내고 남들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우리만이 향유할 약간의 공간을 빌린다는 것.
여유롭게 벤치에 누워 잘 수 있는 것도 좋았다?
나오시마를 대표하는 건 역시 쿠사마 야요이의 옐로 펌킨. 세계 이곳저곳에 놓여있지만, 여기 나오시마 호박의 존재감은 어느 곳보다 크고 확실하다.
베네세 하우스도, 한번 가보았으니 됐다, 하는 정도였다. 다만 오발의 호텔에서 아원고택처럼 하룻밤 머무르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은 한번 해보고 싶다. 지추 미술관과 함께 언젠가.
안도 뮤지엄은 별로 볼 것이 없었다. 볼거리라면 오히려 다큐멘터리나 책을 보는 것이 낫겠다 싶은 정도. 근처 오래된 마을의 오래된 집들을 둘러보는 시간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 나뭇결들이 자연스럽고 예쁘게, 또 조금은 괴기스럽게 낡아있는 집들이 많았다.
신발 이야기. 일반 Style 93이 발매되려다가 캔슬되었었는데, 그때는 이런 콜라보레이션 모델이 있는 줄도 몰랐었다. 조지아 오키프 스타일의 클립은 떼고 캔슬됐었던 일반 버전처럼 신으려고 구매했었는데, 막상 달고 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일본까지 신고 갔더니 하나를 어딘가에서 분실했다. 저녁을 먹은 이자카야에서 나와서 숙소로 돌아가다가 알게 되어서 그전까지의 동선을 따라 찾아봤지만 찾지 못하고 포기했다. 아마 저 사진을 찍었던 페리에서 떨어졌나 보다.
페리를 타고 다카마쓰로 돌아와 무인양품에서 한국 매장에는 없는 과자를 몇 개 산다고 시간을 보냈더니 가려고 했던 이자카야가 꽉 찼다. 어제 저녁 카레 우동 가게를 갈 때에는 비어있더니 방심했다. 대신 근처 평점 높은 다른 이자카야를 찾았는데, 원래 가려던 곳에 비해 분위기가 덜 세련되기도 하고 원래 가려던 곳의 기대치가 워낙 컸었어서 선미는 조금 아쉬운 눈치였다. 그리고 우리가 계산했던 것보다 만 원가량 더 나왔다. 아직도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불로 구워서 먹는 고기는 언제나 맛있고, 연근 사이에 끼운 함박 스테이크, 차돌박이와 쪽파로 만든 롤 등 이 가게의 특별 메뉴들이 맛있어서, 어쨌거나 나는 만족스럽게 먹었다는 후기. 그리고 막 지은 밥을 해주는 곳에서는 꼭 밥을 시켜 먹어야 한다. 그리고 도쿄 Yoshi에서 먹었던 계란밥이 생각나서 계란 하나 달라고 해서 먹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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