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10월
추석에는 선미가 근무를 하게 되었다. 푸른 새벽의 출근길, 밤새 무겁게 가라앉은 가을 공기가 이른 아침 햇살과 함께 서서히 피어오른다. 오가는 이 없는 8차선 도로는 등교 전 텅 빈 운동장을 보는 것 같다. 서늘하고 상쾌한 아침. 아무개가 그간 부족했던 잠을 보충하느라 아직 침대에서 벗어나지 못한 시간, 또 다른 아무개가 양손에 입김을 불며 아침 운동을 나서는 시간. 조용한 휴일 아침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온전한 휴식의 시간.
이번 연휴에는 부산, 목포는 가지 않고 어딘가 조용한 곳으로 떠나기로 했다. 모두가 쉬는 휴일을 한적하게 보낼 곳을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쉬는 날이 생기면 나는 늘 어딘가 조용한 곳에 이르기를 원했다. 조용한 휴일 아침 같은 곳, 온전한 휴식이 있는 곳.
나의 바람과는 다르지만 인천발 다카마쓰행 티켓을 끊었다. 할 것 없고 심심하다는 후기가 많이 보여서 한편으로는 안심이 된다. 마치 스타 크래프트에서 옵저버가 검은 공간을 돌아다니며 지도를 밝히듯이, 나는 여행지 곳곳의 길들이 지도 없이도 파악될 정도로 익숙해져야만 제대로 여행을 한 것 같은 만족감이 생긴다. 이번 여행은 짧지만 그래도 짧은 일정에 알맞은 곳을 고른 것 같아서 안심이 된다. ‘할 것 없고 심심한’ 다카마쓰는 여유로운 여행지가 될 것이다.
첫 끼니는 바카이치다이에서 먹기로 했다. 다들 여기 서있느라 길에 사람이 없었나, 싶을 정도로 긴 줄이었다. 테이블 회전이 빨라서 40분 정도 기다려 들어갔다. 적당히 느끼하면서 맛있게 고소한 가마 버터 우동. 무엇보다 구미 당기는 향이 좋았다. 특별하면서도 질리지 않는 맛. 나중에 또 한 번 먹자고 했지만 남은 일정 내내 우리가 가야 할 우동 가게는 많았다.
항구, 백화점, 오후 내내 시내를 돌아다녔음에도 찍은 사진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심심한 다카마쓰지만, 번잡스럽지 않은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하루였다.
저녁에도 숙소 앞에서 우동을 먹었다. 여기도 나름 인기 많고 평점 높은 가게였지만, 내가 고른 이 집의 추천 메뉴 중 하나인 니꾸 츠케멘은 잘 모르겠다. 역시 순정이 최고라고, 나이가 들수록 단순하면서도 기본에 충실한 것이 제일이라는 생각이 굳어간다. 어떤 것이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