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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ma Nov 09. 2020

미련 없이 안녕!

정말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다.

가족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고 매일을 연락하던 친구였다. 


그래서일까 이해가 안 되는 상황에도 끊임없이 이해하려 했고,

가시 돋친 친구의 말들에도 모든 것을 합리화하기 위해 애를 썼다.


회식이 끝난 늦은 밤, 우울하다는 친구를 위해 달려갔고 밤새 이야기를 하며 함께했다. 우리 사이라면 이 정도는 해줄 수 있다는 게 친구의 생각이었고 나 역시 그때는 그게 맞다고 생각했다. 내가 피곤해도, 내가 힘들어도, 우리 사이에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매 순간이 즐거웠던 우리의 관계가 언젠가부터 즐겁지가 않았다. 항상 당연하다는 듯한 그 언행이 선을 넘었다는 것을, 쉽게 하는 그 행동이 무례한 행동이었다는 것을 뒤늦게야 깨달았다. 그럼에도 나는 좋았던 시간이 아쉬워 놓지 못해 붙들고 있었다.


감정을 받아낼수록 가까워질 것이라 생각했던 나의 판단은 나를 감정 쓰레기통으로 만들었다.

감정은 같이 공유하는 것이지 누군가가 받아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서야 붙들고 있던 손을 놓을 수 있었다.


24시간 중에 누군가를 위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면 그 시간이 온전히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비롯된 마음은 우리의 관계를 정리하는 것에 큰 도움이 되었다.


연인관계에서만 미련 없이 헤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고 그렇게 나는 사람은 잃었지만, 내 감정과 시간을 지킬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난 후에는 그 감정을 공유하며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들을 만났고 나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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