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마르고 딱딱한 나는 미역이다. 한 때 바닷속에서 유연하게 흐르며 자유를 만끽하던 시절이 있었다. 물결에 몸을 맡기고, 바닷속의 생명들과 어우러지며 흔들리던 시간들. 하지만 어느 순간, 사람들은 나를 바다의 잡초라고 부르며 손가락질했고 바닷속 생명들도 나를 외면했다. 결국 나는 그렇게 바다를 떠나야 했다.
거센 파도에 휩쓸려 해안가로 밀려왔고, 따가운 햇볕 아래 놓였다. 뜨거운 햇살 아래서 내 몸은 점점 말라갔다. 수분이 날아가면서 내 유연했던 결은 하나둘 굳어졌고, 싱그러웠던 녹색빛은 점차 거뭇거뭇하게 바래갔다. 생명을 품었던 빛은 희미해지고, 건조한 마음만 남았다. 나는 점점 딱딱해졌고, 메말라 갔다.
그러던 어느 날, 너를 만났다.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던 나를, 너는 조심스럽게 바라보았다. 나의 이야기를 들으며 초라해진 나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누군가의 관심이 낯설었지만 따뜻했다. 너의 눈물이 차갑게 굳어 있던 내 마음속으로 스며들었고 나는 서서히 따스한 온기와 부드러움을 되찾아갔다. 너의 마음이 나를 감싸며 스며들었고 나는 점점 불어나며 예전의 모습을 되찾기 시작했다.
나는 다시 부드러워졌다. 단단했던 마음이 풀어지고, 따뜻함을 머금을 수 있게 되었다. 놀라운 것은, 나 스스로가 변한 것이 아니라, 너의 존재가 나를 변화시켰다는 사실이었다. 너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었고 내 안의 가능성을 발견해 주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메마른 미역이 아니다. 다시금 온기를 품었고 부드러움을 되찾았다. 바닷속에서 자라며 품었던 영양분들도 사라지지 않았다. 만약 나를 알아봐 준 네가 없었다면, 나조차도 그 가치를 잊었을지도 모른다.
너의 손길과 마음이 내게 생명을 불어넣었듯, 나도 누군가에게 온기를 전할 수 있을까. 나처럼 굳어버린 마음을 가진 이들에게, 너처럼 따뜻한 존재가 될 수 있을까.
누군가의 빛이 되고, 누군가의 물이 된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 이제야 알 것 같다. 바다를 가르는 햇살처럼, 부드럽게 감싸는 물살처럼, 이제는 내가 다른 누군가를 채울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