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 보면 도로 위에서 깜박이는 점멸등을 마주할 때가 있다.
멈추라는 말도, 지나가라는 말도 없이 그저 제자리에서 깜빡이며 주의를 환기시킨다.
빨간 색도, 초록색도 아닌 얼굴로 작은 경고의 모호한 빛을 반복해서 비출 뿐이다.
내 사랑도 점멸등처럼 내 앞에 머물렀다. 닿을 듯 손을 내밀지 않고, 사라질 듯 끝내 꺼지지도 않은 채로. 불규칙한 깜빡이는 불빛은 마음의 길을 자꾸 어지럽혔다.
멈춰서니 온기가 남아있었고, 다가서자니 상처의 그림자가 먼저 내 발을 붙잡았다.
말을 꺼내기엔 애매했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웃기에는 이미 마음이 너무 흔들려 있었다.
결국, 나는 네 앞에서 이도 저도 못한 채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
지금도 점멸등 앞에 서면 본능처럼 속도를 줄인다.빛이 깜빡일 때마다
마음이 흔들리고, 나는 그 자리에서 멈춘다.
나는 계속 이 자리에 서 있어야 할까,
아니면 스스로 신호를 정하고 건너가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