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호 좌회전

by 북극곰

아침 출근길, 교차로에 서면 늘 긴장된다. 우회전은 늘 비보호라 익숙해졌지만, 좌회전을 비보호로 해야 하는 순간이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차들이 사방에서 쏟아져 오는 도로 한복판에서, 나는 신호 대신 스스로 판단해 움직여야 한다.


“지금 가도 될까?”

“조금 더 기다려야 할까?”


잠깐의 망설임에도 심장은 빠르게 뛰고, 손바닥엔 땀이 맺힌다. 가장 어려운 건 언제나 비보호 좌회전이다.


우회전은 한쪽만 살피면 되지만 좌회전은 순간의 판단이 곧 안전을 좌우한다.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차의 속도와 뒤에서 조급하게 울리는 경적, 그리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까지— 모든 상황을 동시에 읽어내야 한다. 녹색 화살표 대신 신호등 위에 붙은 ‘비보호’라는 세 글자는 이 선택이 전적으로 내 책임임을 분명하게 말해준다.


실제로 아찔했던 순간도 있었다. 양옆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핸들을 왼쪽으로 틀었는데, 맞은편에서 예상보다 빠르게 달려오는 차와 부딪칠 뻔했다. 급히 브레이크를 밟아 멈춰 섰고, 뒤에서는 날카로운 경적이 울려 퍼졌다. 다행히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조금만 타이밍이 어긋났어도 돌이킬 수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아찔한 순간은 단순한 교통의 풍경을 넘어, 내 삶의 작은 선택들이 언제나 크고 작은 위험과 맞닿아 있음을 일깨워주었다. 돌이켜보면 인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회사에서든 인간관계에서든, 누구도 내게 확실한 화살표를 켜주지 않는다.


현실은 늘 비보호다. 놀람과 두려움 속에서 잠시 멈췄다가,

내 눈과 감각을 믿고 내 선택을 믿으며 인생의 핸들을 돌린다. 그러면서 나만의 요령을 익혀가기도 한다.


나아가도 되는지, 돌아서야 하는지, 멈춰 서야 하는지— 대부분의 결정은 비보호 좌회전처럼 내가 직접 판단해야한다. 망설이면 경적이 울리고, 운 좋게 지나가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흘러간다.그렇게 모든 선택의 무게는 내 어깨 위에 남는다. 그 무게를 안은 채 비보호의 길 위에 서 있으면, 언제나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사실이 문득 벅차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마음을 터놓을 곳도 없이, 기대어 쉴 신호등 하나 없는 길 위에서 혼자 방향을 정해야 한다는 사실이 더욱 지치게 다가온다. 그래서 나는 가끔 ‘비보호’ 말고, ‘보호’를 받고 싶어진다.


모든 방향을 살핀 뒤 좌회전을 할 때처럼, 누군가 한 번쯤 “괜찮다. 가도 돼.”라고 말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 한마디는 확신이 아니라, 아로마 오일 향기처럼 잠시 마음을 풀어주는 안심이면 충분하다.


오늘도 인생이라는 교차로 앞에서 비보호의 신호를 받은 채, 나는 잠시 멈춰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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