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사체를 향해 렌즈를 맞추고 조심스레 셔터 위에 손가락을 올린다. 카메라의 작은 뷰파인더 속으로 당신의 모습이 들어온다. 맺힌 상은 선명하고 아름답지만, 나는 문득 손가락의 힘을 뺀다. 그리고 천천히 카메라를 내려놓는다. 이 좁은 앵글로는 당신을 온전히 담아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사각의 프레임은 당신의 미소 끝에 매달린 다정함을 자르고, 당신의 눈동자 속에 일렁이는 깊은 서사를 다 담아내지 못한다. 기계적인 기록으로 당신의 아름다움을 박제하기엔 눈앞에 있는 당신의 빛이 너무도 압도적이다.
사람들은 찰나를 남기기 위해 끊임없이 셔터를 누르라고 말한다. 하지만 사진은 결국 평면의 기록일 뿐이다.
인화된 종이 위에서 당신은 정지하겠지만 내가 느끼는 떨림과 공기의 온도는 담을 수없다.
나는 당신을 단순히 ‘보고’ 떠올리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사진이라는 매개체 없이도, 언제 어디서든 당신을 선명하게 감각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카메라를 가방 깊숙이 넣고 마음의 셔터를 아주 길게 열어둔다.
마음의 필름에 오래 노출된 빛처럼 당신을 담는다.
시각적 형상뿐 아니라, 당신과 나 사이를 흐르는 고요한 긴장감과 나를 부르던 그 낮은 목소리의 파동까지 전부 내 가슴 속에 담으려 한다.
눈을 감아도 일렁이는 잔상, 심장 박동과 함께 박동하는 기억.
당신을 모습을 인화지에 현상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한 내 안에 새기고 싶다.
렌즈가 담지 못한 당신의 넓이와 마이크가 기록하지 못한 우리 사이의 다정한 적막까지도.
프레임 밖으로 넘쳐흐르는 당신의 아름다움이 내 가슴 속에 가득 고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