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의자

by 북극곰

“Be yourself, everyone else is already taken.(너 자신으로 살아라. 다른 자리는 이미 누군가가 차지하고 있으니까.)"


아일랜드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이렇게 말했다.

그 문장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삶에는 저마다 앉아 있는 자리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누군가의 의자는 안락한 소파일지도 모르고, 정직하고 반듯한 나무의자일지도 모른다.
그들의 자리는 늘 안정적이고,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내 의자는 오늘도 앞뒤로 흔들리는 흔들의자다.


흔들의자는 불안과 안정을 동시에 품는다. 흔들림 속에서만 얻을 수 있는 고유한 평온이 있다.

앞으로 나아갔다가 뒤로 물러서며, 삶의 리듬을 닮은 움직임을 반복하며 나만의 리듬을 더듬듯 찾아간다.


흔들의자에 앉아 있으면 삶을 한 방향으로만 보지 않게 된다.
앞으로 흔들릴 때는 아직 도착하지 않은 내일을 바라보고, 뒤로 물러설 때는 이미 지나온 시간을 잠시 돌아본다. 흔들린다는 건 망설임이 아니라 앞과 뒤를 모두 감당하려는 태도일지도 모른다.


안락한 소파에 앉은 사람들은 너무 편안해 보인다. 몸을 맡기기만 하면 되는 자리, 아무런 애쓰지 않아도 되는 안정이 그곳에는 있다. 반면, 반듯한 나무의자에 앉은 사람들은 지나치게 불편해 보인다. 자세를 흐트러뜨릴 수 없고, 잠깐의 방심조차 허락되지 않는 자리. 그 곧음은 때로는 숨을 막히게 한다.


그래서 나는 흔들의자를 택했다.

조금은 자유분방하고 완벽하게 안정적이지는 않지만 흔들리는 만큼 나 스스로의 균형을 배워야 하는 자리.
삶도, 일도, 사랑도 나는 늘 이 자리에서 선택해 왔다.


물론 멈추고 싶을 때도 있다.

흔들림이 버거운 날에는 누군가 내게 조심스럽게 말한다.
이제는 좀 편안해져도 되지 않겠느냐고, 안락한 의자가 여기 있다고 의자를 내민다.

멀미 없이 앉아 있을 수 있는 자리, 더는 애쓰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선택에 마음이 흔들릴 때도 있다.

하지만 나는 오스카와일드의 명언을 떠올리며 그 자리를 거절한다.

나에게 맞지 않는 편안함은 결국 나를 숨 막히게 하기 때문에 멀미를 감수하더라도, 다시 흔들의자에 앉는다.


완전히 멈추지도, 완전히 도망치지도 않는 자리.
흔들리는 만큼 숨을 고르며 오늘의 나에게 맞는 속도로 다시 움직이기 위해 앉는 자리.


흔들의자는 불안과 안정을 동시에 품는다.
앞뒤로 오가는 작은 진동 속에서 나는 나의 호흡을 찾고,
흔들림 속에서만 나 자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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