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난 마음

얼어붙은 용기, 흩어진 온기

by 북극곰

문득 과거를 되돌아보면 그러지 말았어야 했던 순간들이 종종 떠오르곤 한다. 늘 후회없는 삶을 꿈꾸지만 늘 나는 후회를 하고 뒤를 돌아보게 된다. 특히 타인의 기대와 시선에 휘둘려 내 신념에 반하는 결정을 내린 순간들은 더욱 깊은 흔적으로 남는다.


단단한 얼음처럼 굳게 닫혀 있던 나에게 누군가가 다가왔다. 그는 끊임없이 두드리며 조심스레 망치질을 했고, 차가운 표면에 금을 내고 틈을 만들었다. 결국 나는 결국 살얼음처럼 얇아진 마음 한 조각을 내어주었다. 하지만 그 순간, 그는 뒷걸음질 치며 사라졌다. 남겨진 내 마음의 조각은 슬프게 울다 부서져 작은 파편이 되었다. 또다시 기대했던 나 자신을 원망하며 다시는 같은 상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마음의 문을 더 굳게 걸어 잠갔다.


이번에는 다를 거라 기대하지만 다시금 같은 결과를 마주했다. 스스로를 탓하며 또 한 번 허망하게 무너져 내린다. 빙하처럼 단단하다고 믿었던 마음은 사실 쉽게 깨지고 부서지는 살얼음에 불과하다는 걸 깨달았다. 몇 번의 망치질에도 금이 가고, 금세 산산 조각난다 허접한 마음. 흩어진 마음의 조각들을 주워 올린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물론 모든 선택과 책임은 나의 몫이다. 책임을 돌릴 대상이 없다는 것은 알면서도 가끔은 마음 한 구석에서 억울함과 화가 치밀어 오른다. 분노는 이내 슬픔이 되고, 그 슬픔은 후회로 변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두꺼운 이불을 뒤집어쓴 채 조용히 눈물을 흘리는 것뿐이다.


작은 물고기처럼 낚아 올려진 조각난 마음을 떠올린다. 마음의 파편은 슬프고, 겁에 질린 눈으로 나를 원망하듯 바라본다. 손바닥 위에 놓인 마음의 조각을 아련한 눈빛으로 물끄러미 바라보다 미안함에 고개를 떨군다.


시작이 없었던 끝, 끝이 없었던 시작. 이해를 바랐던 말들은 결국 오해가 되었고 그 오해는 실망으로 이어졌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마음은 점점 굳어지고 무뎌져 간다. 오늘도 가슴에 굳은살이 1mm 더 쌓이고, 마음의 문은 1mm 더 닫혀버렸다.


나는 조용히 숨을 고르며 다짐한다. 다시는 이런 상처를 겪지 않으리라. 내 마음을 꽁꽁 얼려두리라. 더는 부서지지 않도록, 더는 무너지지 않도록, 마음을 단단히 얼려둘 것이다.


그렇게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나는 더 이상 어떤 감정도 다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많은 것을 내주었지만, 나에게 돌아온 건 산산조각 난 아픔뿐이었다. 그 상처가 깊어질수록 내 마음은 더욱 단단해지고 차갑게 굳어걸 것이고 이제는 그 누구도 내 안으로 들어올 수 없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나조차도 더 이상 내 마음 깊은 곳을 들여다볼 수 없을지 모른다.


조각난 내 마음에 찔려, 상처는 가슴 깊숙이 스며든다. 고요한 밤, 아픔은 더욱 선명해지고 눈물은 마음의 틈새를 타고 한없이 흘러내린다. 차갑고 깊은 밤, 나는 속삭인다.


"나는 이 차가운 고통 속에서 다시 따스함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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