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세상이 전복될지라도
당신의 손길에서 낙지처럼 강한 힘이 느껴진다. 단단히 나를 붙잡아 놓아주지 않을 것은 그 끈끈함. 그 매력에 사로잡혀 속절없이 당신에게 빠져들었다. 당신은 그렇게 나를 당신의 세계로 이끌었다. 그저 단 한번의 손길만으로.
처음 당신은 울퉁불퉁하고 단단한 멍게 같았다. 하지만 나는 알았다. 그 단단함은 상처받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것이었음을. 그 껍질 속에는 부드러움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날이 선 모습 뒤에는 사실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여리고 쉽게 부서질 수 있는 마음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도.
갯벌처럼 질척거리는 나를 받아준 당신, 굳게 닫혀있던 바지락이 조금씩 입을 열듯 당신도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아주 가끔, 당신이 미더덕처럼 날카로운 말로 나를 쏘아붙일 때, 당신의 껍질이 얼마나 오랫동안 단단해졌는지를 느낀다.
미더덕처럼 찍~ 하고 내뱉는 그 한마디를 토해낸 뒤, 당신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고요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 내 품에 안겨 새근새근 잠이 든다. 나는 그 순간, 내 품속에 안긴 당신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된다.
살포시 내 품에 안긴 당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우리의 바다를 그려본다. 때로는 잔잔한 물결이, 때로는 거친 파도가 일렁인다. 그러나 나는 믿는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이 바다는 결코 메말라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당신과의 내일을 그리며 나는 멍게처럼 얼굴이 붉어진다. 당신의 상처마저 감싸 안고 싶은 내 마음이, 바다를 비추는 붉은 태양처럼 타오른다. 그리고 혼자 속삭인다.
바닷속에 잠겨, 당신과 부딪히고 함께 흐르며 우리의 물결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 우리의 세상이 '전복'될지라도, 우리는 파도 속에서 서로를 붙잡으며 함께 버텨낼 것이다. 그것이 '문어'지지 않는 사랑의 힘이니까. 때로는 싸우고 날을 '새우'게 될지라도, 당신이 내게 내어준 당신의 바다 한켠이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평생 잊지 않을 거라고.. 그리고 그 바다의 끝에서, 우리는 집게손에 낀 반지로 서로의 존재를 증명할 것이다.
가끔 당신이 '개불' 뜯어먹는 소리를 할지라도, 나는 웃음으로 넘길 것이다. '아임 소라'라는 가벼운 농담과 함께. 그리고 실없이 터져 나오는 웃음마저도 당신과 나의 바다 한편에 간직할 것이다. 그렇게 어두웠던 심연으로부터 당신을 구해내어 우리는 서로의 에메랄드빛 바다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