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에스프레소

by 북극곰


에스프레소를 한 모금 머금는다. 강렬한 쌉싸름함이 순간 혀끝을 파고들며 미묘한 떨림을 준다. 설탕 한 스푼을 넣어보지만 당장 아무런 변화도 없다. 시간이 흐르고 바닥에 가라앉은 설탕이 서서히 녹으며 은은한 단맛이 느껴졌다.


사람도 그렇다. 겉모습만으로는 진짜 모습을 알 수 없으며, 상대를 온전히 이해하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달콤해 보일지라도,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본 모습이 드러난다. 마치 에스프레소 잔을 끝까지 비운 후에야 바닥에 남은 서걱거리는 설탕 알갱이를 발견할 수 있는 것처럼, 사람의 진정한 모습도 깊은 관계 속에서 드러나기 마련이다.


때로는 기대와 다른 쓴맛을 마주하기도 하고, 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설탕이 천천히 녹아가며 예상치 못한 달콤함에 깜짝 놀라기도 한다. 그제야 우리는 깨닫는다. 진짜를 알기 위해서는 기다림이 필요하다는 것을.


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설탕을 지니고 있다. 어떤 이는 금방 녹아 쉽게 드러나지만, 어떤 이는 각설탕처럼 오랜 기다림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기다림 속에서, 우리는 상대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삶도 그렇지 않을까? 단숨에 알 수 없는 것들이 있고, 끝까지 걸어가봐야만 깨닫게 되는 진실이 있다. 에스프레소 잔을 비우듯, 때로는 모든 과정을 겪어야 한다. 그리고 그 끝에는 잔 바닥에 남아있던 서걱거리는 설탕의 알갱이는 단맛을 선물하며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지친 마음에 위로를 건넨다. 잘 다듬어진 다이아몬드가 오랜 기다림과 노력 끝에 빛을 발하듯, 걸어온 과정 속에서 얻은 깨달음과 발견은 삶을 따뜻하게 밝혀준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갈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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