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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드형 Sep 25. 2021

줄다리기는 힘으로 하는 게 아니다

<오징어 게임>

넷플릭스 1위란 소문을 듣고

금요일 저녁부터 보기 시작해 결국 9편 모두를 꼬박 밤샘해 완주하고 말았다. <왕좌의 게임>, <킹덤> 이후 이렇게 몰입감 있게 빠져 본 시리즈는 참 오랜만이다.


빚에 몰린 456명의 사회적 루저들이 모여 인당 1억의 목숨을 걸고 게임을 하는 이야기다.


백수, 노인, 펀드 매니저, 의사, 깡패, 사기꾼, 외국인 노동자, 탈북자 등 경쟁자가 하나 둘 죽어 나갈수록 민낯이 드러나는 인간 군상들이 사회를 닮았다. 남은 과반이 동의하면 중간에 멈출 수 있지만 456억이 걸린 게임은 계속된다.




레트로 감성이 담긴 놀이들로 서바이벌 오디션을 벌이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장 백미는 줄다리기였다.


6라운드 중 유일한 10명씩 단체전인데

사전에 게임 정보를 입수한 깡패는 힘센 남자들로 팀을 꾸렸지만, 이를 모르는 주인공 기훈(이정재)은 노인과 여자 3명이 포함된 최약체 멤버다. 이때 빛을 발하는 인물이 노인 일남(오영수)인데 자신의 소싯적 경험을 토대로 힘이 아닌 전략으로 이기는 기술을 전수한다.


너무 기죽지 말어
줄다리기는 힘으로 하는 게 아니야

우선 제일 앞에 선 사람이 중요해.
상대편 얼굴을 가장 가까이서 마주 보는 사람이구
나머지 팀원들이 모두 그의 뒷모습을 보는 사람이니깐
그 사람이 약해 보이거나 기가 꺾여 보이면
그때 이미 승부는 끝난 거야

제일 뒤는 마치 배의 닻처럼 듬직한 사람이 맡아야 돼
그리고 사람을 배치하는 게 중요한데
줄 사이에 한 명씩 오른쪽 왼쪽으로 나눠서 서는 거야
두 발은 11자로 똑바로 놔
줄은 겨드랑이 사이에 끼고
그래야 힘을 제대로 받을 수가 있어

마지막으로 이게 제일 중요한 건데
신호가 울리고 10초는 그냥 버티는 거야
이때 자세는 눕는 자세야
아랫배를 하늘로 쭉 밀어 올리고
머리는 뒷사람 사타구니를 볼 수 있을 정도로 힘껏 젖혀
그러면 웬만해서는 안 끌려가

그렇게 10초만 버티면
'이상하다 왜 안 끌려오지?'하고 상대편이 당황할 거야
분명 자기네들이 더 셀 거라고 믿었을 테니까
그렇게 버티다 보면
상대편 호흡이 깨지는 순간이 분명히 올 거야 그때...


당겨!


아내도 나도 주인공과 한 팀이 되어 힘을 쓰기 시작했다.

영차! 영차! 영차!


중간에 고비는 있었지만

결국 우린 이겼다.

마치 <300>의 전투처럼 살아남았다.


그리고 승리를 이끈 그 노인은

중년쓸모를 한창 고민하는 나에게 우상이 되었다.

나이는 그냥 먹는 게 아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뽑기.

딱지치기.

구슬치기.

오징어 게임...


토종의 재료들을 가지고

세계인의 입맛에 맞게 출시한 불고기 버거 같은 작품이었다.


킬링타임으로 강추지만,

인스턴트 음식이 그렇듯

먹을 땐 좋고 몸에는 별로인 한 끼 식사를

밤새도록 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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