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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드형 Oct 10. 2021

나의 은퇴관(隱退觀)

오십 대 파이어족의 고민

얼마 전 <유퀴즈>에 '파이어족'이 나왔다.

파이어족(FIRE族):
경제적 독립(Financial Independence)을 이뤄
조기 퇴직(Retire Early)을 꿈꾸는 사람들을 말하며
역설적으로 '해고(fire)'로부터 자유롭고 싶다는
적극적 은퇴관이 포함되어 있지 않을까 싶다.

많은 사람들이 말로만 꿈꾸지

실제 실행에 옮긴 사람은 처음 보는지라 신기한 마음에

TV 앞에 바짝 다가가 귀를 쫑긋 기울였다.


마흔 살에 남편과 함께 은퇴한 그 출연자는

연금 받기 전까지 버틸 5억 정도의 자금을 모은 듯했다.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여행 등하면서, 여유 있진 않지만 굶어 죽진 않을 수준이라고 말했는데 나름 합리적인 계산이란 생각이 들었다.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 속에서도 자기가 선택한 삶의 방식대로 소신껏 살아가는 그 젊은 부부가 한편으론 부럽기했지만,

그런 파이어족들이 많아지면 소는 정작 누가 키우나 하는 꼰대 같은 걱정도 어쩔 수 없이 들었다.


그리고 애써 피하고 싶던 질문을 던졌다.


나는 언제 은퇴하지?




나이가 오십이 넘으면서

은퇴는 꿈이 아니라 닥친 현실이 되었다.


내가 원하던 원치 않던

노후 자금이 있던 없던

정년 60세란 시한 이미 정해졌기 때문이다.


나 역시 파이어족처럼 가능한 빠른 은퇴를 원하지만

자금 문제는 아니다. (돈이 많아서가 절대 아니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게 뭔지 잘 모르겠다.

그게 뭔지 알아야 현재에서 얼마나 더 돈이 필요할지,

그래서 언제 은퇴할지 목표를 정하겠는데 진짜 잘 모르겠다.

혹시 나는 일하는 게 행복한 사람인가? 설마...


영화 <인턴>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정년퇴직 후 해외여행을 다니며 안정된 노후생활을 하던 70세 주인공 벤(로버트 드니로)은 일하면서 느꼈던 행복함과 자존감을 다시 찾고 싶어 한 온라인 쇼핑몰의 인턴 프로그램에 지원한다.


그의 지원동기는 이랬다.


뮤지션은 은퇴 안 한단 기사를 읽은 적이 있어요.
더는 음악이 떠오르지 않을 때까지 계속한대요.
내 마음속엔 아직 음악이 있어요.
확실해요.


은퇴란 돈이나 시기의 문제가 아닌

자신에 대한 확신이 아닐까?


불(Fire)을 켜

내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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